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등 불협화음…여권 핵심부와 갈등 표면화 되나
채동욱 검찰총장(54)이 6일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을 흔들려고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발언,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수장이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검찰 흔들기’로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채 총장의 이날 발언으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기소 이후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검찰 지휘부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과 검찰 갈등 표면화 되나
채 총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줄곧 여권 핵심부와 불협화음을 내왔다. 6월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원 전 원장을 기소한 게 정점이었다. 선거법 위반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법무부와 엇박자를 내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와 갈등 관계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국정원 사건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사퇴를 불러온 검란(檢亂) 이후 구원투수로 투입된 채 총장에게 던져진 첫 번째 과제였다. 채 총장은 이 사건을 대검 중수부 폐지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검찰의 수사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기회로 판단했지만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댓글사건 축소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폐쇄회로TV(CCTV) 내용을 조작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의혹까지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종북 총장 물러가라’는 1인 시위까지 등장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 정치 이슈가 됐을 때 검찰에서 초동 대응을 잘못했다”며 “공소 유지도 쉽지 않은 사건인데 원 전 원장을 기소해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기업인 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강공 드라이브를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검찰 뒤숭숭한 가운데 신중한 대응
법조계에서는 “만약 채 총장의 표현처럼 이번 의혹 제기가 ‘검찰 흔들기’라면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민정수석 교체 때부터 예고됐던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6기나 선배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이 새로 임명된 것도 이런 상황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정권 차원에서 사생활 문제로 공격한 게 사실이라면 너무 치졸한 것 아니냐”며 “결국 정권 코드를 맞추라는 얘기인데 이런 식이면 ‘정치 검찰’ 오명은 절대 못 벗는다”고 말했다.
대검을 비롯해 일선 검찰청 검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대부분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면서도 “또다시 총장이 중도 낙마하는 것 아니냐”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검 관계자는 “채 총장이 오늘 보도를 비롯해 최근 일련의 흐름들이 검찰을 흔들려는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닌지 의아해 하고 있는 것 같더라”며 “‘일련의 흐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언론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병일/김선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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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아들 의혹' 보도…"전혀 사실 아니다" 반박
채동욱 검찰총장은 6일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에 “보도된 검찰총장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일선 검찰가족 여러분은 한 치의 동요없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보도에 대한 채 총장의 첫 반응은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것. 사실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무렵 채 총장은 다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보도 내용은 본인이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도 내용을 점차 강경하게 부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때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이 정말 의혹에 그친다면 처음부터 “사실무근이니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사적인 영역인데 본인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면 사실이 아니란 뜻 아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한 언론은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1999년 무렵 Y씨(54)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2002년 아들을 낳았으며 현재까지 이들 모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고, 채 총장이 내연녀의 강남 전세 아파트를 구해줬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 재산이 있음에도 지난 4월 인사청문회 때 이를 누락한 채 증빙서류를 제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 5조에 따르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때 △직업·학력·경력 증빙서류 △병역·재산신고 △최근 5년간 소득·재산·종합토지세 납부·체납 실적 △범죄경력 관련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채 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서울 일원동 32평형 아파트(6억5400만원), 예금 4억4000여만원 등 12억5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선주/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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