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4668억…11일 동안 3조 사들였는데
매수 주체 바통터치?
단기 투자 헤지펀드 아닌
런던·홍콩 중장기 펀드 가능성
외국인 매수세가 거침없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6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11일 연속으로 3조10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외국인 덕에 코스피지수는 11거래일간 106.19포인트(5.74%) 오른 1955.31까지 치솟았다. 6월 초 삼성전자 대량매도 사태 이후 썰물처럼 빠졌던 외국인이 2011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로 누적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눈부신 ‘귀환’이다.
이제 증권가는 외국인 투자자 중 과연 누가, 무슨 의도로, 어떤 종목을 사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증시 방향을 정할 키를 외국인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정체와 투자 성격은 여전히 ‘7개의 베일’에 쌓인 듯 오리무중이다. △외국인 투자 주체가 누구인지 △삼성전자 투매세력이 매수세에 참여했는지 △매수 성격이 바스켓(여러 종목을 묶어서 사는 것)인지, 종목별 매수인지 의문점이 많다.
○단기 투기세력 vs ‘새로운 외국인’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의 매수 규모를 볼 때 헤지펀드 등 단기 투기세력보다는 ‘새로운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한국물을 사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액이 ‘상륙정’ 수준에서 ‘항공모함’ 수준으로 커졌다”며 “2~5개가량의 글로벌 펀드가 집중적으로 한국물을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동남아 신흥국 불안이 커지고 일본 증시가 정점을 지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둔 중장기 투자 성격 펀드에서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6월27일 이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에선 61억4000만달러가 유출된 반면, 특정지역으로 투자처를 묶어두지 않은 인터내셔널펀드에는 167억15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한국 투자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런던과 홍콩 기반 중장기펀드가 주요 매수주역으로 거론된다. 은성민 메리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신흥국에 비해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눈에 띄고 여전히 신흥국 대비 20% 정도 디스카운트된 만큼 돈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1조 이상 더 담을 듯
6월 삼성전자 대량 매도를 주도한 외국인과 최근 한국 주식을 사는 외국인은 ‘다른 주체’라는 분석이 대세다. 6월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6537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8월12일 이후 1조3527억원어치를 샀다. 6월 매도 주체와 8월 이후 매수 주체가 이원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과거엔 삼성전자가 ‘정점’이라고 본 외국인이 처분했다면 최근에는 지수를 보고 들어오는 인덱스플레이어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주를 중심으로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시장에서 자동차와 정보기술(IT)주가 싸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바스켓 매수를 하더라도 똑같은 비율로 사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차처럼 저평가됐으면서도 선진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 위주로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세는 9월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국인도 코스피지수 상승시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 5일까지 5거래일간 272억원 순매수하고, 인버스ETF를 44억원 순매도하는 등 자금 유입에 따른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에서 2만2000계약 이상 매수 누적포지션을 보였다”며 “9월 말까진 1조~2조원가량 더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동욱/윤희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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