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기자]
"제 표정이 리얼하다고요? 진짜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불안'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한 상태. 8월14일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을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107분 동안 불안에 떨었다고 말한다. 어딘가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낯선 인물과 배우 손현주에 불안에 떠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긴장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에 떠는 것은 비단 관객들뿐만이 아니었다. 손현주 역시 '숨바꼭질' 시나리오를 접하는 순간부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몇 번을 끊어 읽어야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한 최근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손현주는 "사실 촬영장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말하며 촬영 내내 겪어야 했던 불안감을 고백했다. 무엇이 손현주를 그렇게 괴롭혔을까.
'숨바꼭질'(감독 허정)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손현주는 극중 사라진 형의 행방을 쫓던 중 정체 모를 낯선 이의 침입을 당하는 사업가 성수 역을 맡았다. 특히 성수(손현주)는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예민한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손현주는 "제의를 받고 '숨바꼭질' 대본을 보는데 치밀한 스토리 짜임과 숨 막히는 긴장감에 더이상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이 '숨바꼭질'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누굴까 궁금했는데 허정 감독님을 만나니 예상과는 달리 완전 미소년이더라고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저런 미소년에게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까. 근데 촬영장에서 같이 작업해보니 알겠더라고요"라고 말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사실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숨바꼭질' 촬영이 한창일 때 촬영장을 떠나고 싶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이유는 초시계 때문. '숨바꼭질' 촬영이 정해진 예산과 날짜를 맞추다 보니 한 컷을 찍어도 확실하게 찍어야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래서 허정 감독이 초시계를 들고 아주 정확하게 시간 계산을 하며 촬영을 진행하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촬영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찬성이었지만, 제가 약간 시간에 대한 강박감이 있어서 그런지 힘들더라고요."
"저는 시간의 중요성을 굉장히 철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보통 촬영이 있으면 1시간 혹은 30분 먼저 와서 대본을 한 번 더 보거나 촬영장을 익히는 스타일이죠. 후배들이 보면 좀 불편한 타입이긴 하겠지만 저는 그만큼 시간 약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게되면 제 스스로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초시계는 정말 크게 느껴지면서 신경도 쓰이고 불편하기도 하고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손현주는 '초시계' 덕분에 극중 불안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제 표정이 정말 불안해 보인다고들 하시는데 연기도 있지만 정말 불안감에 사로잡혔어요. 제 안에 있는 시간에 대한 강박과 감독님의 초시계를 비롯해 극중 연기하는 결벽증에 대한 몰입, 그리고 집안에 낯선 이가 침입했다는 것에 대한 환경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정말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촬영 초반에는 저 혼자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외롭고 답답했어요. 어느 날은 정말 촬영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더라고요."
하지만 손현주는 촬영장을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그는
떠나고 싶은 불안감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해냈을까. 손현주는 웃으며 "막걸리(?)가 아닐까"라고 말해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촬영장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스태프들과 촬영을 마치고 술 한잔 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죠. 그게 제일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했죠.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숙소 밑에 같이 있던 헬스장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땀을 빼고 나니 잡념이 사라지면서 불안감 등이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또 숙소에서 아로마 향초를 켜 놓고 그냥 멍하니 향을 맡고 있었어요. 제가 초를 켜놓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나름 아로마 향기를 즐긴답니다. 가끔 문을 열고 사람들이 보면 놀라긴 하더라고요. (웃음)"
손현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정말 극에 몰입해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극에 몰입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의 생각이 들어간 장면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는 "웬만해서는 원래 작품을 지키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저는 대체로 원래 본연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감독님에게 '이런 것은 어떠세요?'라고 의견을 내는 편이지. 작품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허정 감독이 상업 영화는 처음이라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겠지만 원래 시나리오를 존중해주고 작품에 임했어요. 그래도 감독님과 논의 끝에 제 아이디어가 투입된 장면이 있다면 손 씻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숨바꼭질'에서 손현주가 날카로운 브러쉬로 손 씻는 장면은 가장 인상이 깊다. 피가 날 정도로 벅벅 손을 씻는 그의 모습은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사실 이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그냥 맨손으로 정신없이 손을 씻는 장면이었다고.
또 극중 성수(손현주)가 형을 집을 살펴보던 중 집에 여자가 살았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중 여자 속옷도 있지만 생리대가 눈에 띈다. 이것 역시 원래 화장실에 칫솔 여러 개만 있던 것에 손현주가 아이디어를 낸 것.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각이나 여자 스태프들에게 급하게 빌렸다는 후문이다.
손현주는 인물에 대한 섬세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소품까지 스스로 준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배가시켰다. 이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역할로 안방극장을 울고 울린 손현주가 요즘 들어 어두운 역할만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현주는 "왜 그럴까요?"라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도 과거에는 바람피우는 역할부터 불륜남 등 많은 역할을 했어요. 근래 3년을 생각해보면 '추적자'를 시작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황금의 제국' '추적자'까지 어둡고 내적으로 외로운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흐름인 것 같아요. 이런 역할을 많이 하다가 때가 되면 또 다른 분위기 역할도 많이 하고. 시기가 있다고 할까요. 저 역시도 다른 작품을 해보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강제로 바꾸려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음. 다음 작품 제의가 들어온다면 밝은 역할 해보고 싶어요."
사실 손현주는 '숨바꼭질'을 통해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그에게 있어 첫 영화 주연이 공포 스릴러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숨바꼭질'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관객수 400만 명 돌파라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아쉽다는 것은 저희 딸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해요. 더 시간적인 부분과 예산적인 부분이 있었더라면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드라마에서 놀던 배우가 영화판에 와서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쁘고. 다양한 한국영화가 사랑을 받아 행복하네요."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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