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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과 날줄] 시골 빈집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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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비어 가는 고향의 이웃집
소출이 없어 묵혀 두는 들판처럼
금세 잡초로 덮이는 덧없는 풍경"

이순원 소설가 lsw8399@hanmail.net



올여름에도 휴가를 겸해 여러 날 고향에 다녀왔다. 갈 때마다 보고 느끼는 일이지만 농촌이 점점 비어 가고 있다. 어쩌다 한 번씩 고향에 갈 때마다 넉넉함보다는 쓸쓸함을 먼저 느끼는 것도 내가 자랐던 마을이 텅텅 비어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여러 채의 집들이 양지쪽 산밑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지금은 마을 여기저기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양옥집 몇 채와 내부를 다시 수리한 기와집 몇 채가 전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시골 마을의 그림 같은 양옥집을 바라보노라면 이제 시골의 삶도 퍽이나 윤택하고 여유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 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원 한가운데 잘 지은 양옥집들은 애초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도시에서 은퇴한 다음 시골이 좋아 그곳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사는 나이든 사람들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도 참으로 쓸쓸하다.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예전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이삼백 명 넘게 다녔던 학교가 이제는 여남은 명밖에 남지 않은, 그래서 언제 분교나 폐교로 변할지 모를 학교가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에 아이를 낳을 젊은 사람들이 없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그것은 꽃이 피지 않아 버려둔 화원과도 같고, 더 이상 소출이 없어 묵혀 두는 들판과도 같다.

마을 곳곳의 모습도 그렇다. 예전에 울타리를 튼튼하게 엮어 동네 아이들의 출입을 막았던 과수밭들도 절반은 관리를 않은 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나무를 관리할 만한 사람들도 죄다 도시로 떠나거나 그곳의 나무처럼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됐다. 두 주먹을 동그랗게 모아 합친 것만 하던 사과와 배가 달리던 과수밭이 어디까지가 위로 연결된 산이고, 또 밭인지 그 경계조차 허물어지고 말았다. 산과 밭둑이 허물어진 것이 아니라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허물어진 것이다.

그보다 더 쓸쓸한 것은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마을의 빈집들을 바라볼 때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그 자리에 나이든 노인들만 남았다. 그러나 그 정도만 돼도 양호한 편이다. 수년 전에 빈집이 돼 버린 우리 옆집의 사정을 보면 그렇다.

마을에서는 제법 큰 기와집이었고, 그 집의 어른들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시내에 사는 손자들이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가져다 심은 노란 수선화가 봄마다 꽃밭 앞쪽에 줄을 맞춰 피어나던 집이었다. 그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연이어 돌아가시고, 집이 묵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 때 역시 마찬가지로 집이 비게 되면 딱딱한 마당에 제일 먼저 날아와 자리를 잡는 게 한해살이풀들이다. 지난해까지 사람이 밟고 다니던 마당이 금세 바랭이밭이 되고 개망초밭이 되고 만다. 이듬해부터는 저쪽 들판의 쑥과 억새와 같은 여러해살이풀들이 힘으로 밀고 들어와 마당과 화단을 점령해버린다.

그러다 3년째가 되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게 불나무와 가중나무, 싸리나무 같은 키가 작은 관목들이 하나둘 집안으로 침범해 들어온다. 그러면 사람이 옮겨 심은 수선화 같은 꽃은 한 포기도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중에도 냉이나 씀바귀와 같은 들풀들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집이 빈 지 10년이 돼 추녀가 무너지고, 마당의 사정이 아무리 고약스럽게 바뀌어도, 그래서 온 마당이 쑥부쟁이 숲이 되고 관목 숲이 돼도 그런 풀들은 절대 자기가 선 땅을 내놓지 않는다. 다른 풀과도 맞서 싸우고 힘으로 밀고 들어온 관목들과도 맞서 싸운다.

마치 농촌에 남은 노인들의 모습과도 같다. 꽃의 모양은 볼품없어도 온실의 화초들과는 근본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세월을 이기고 시간을 이길 장사가 없다. 시골의 빈집 마당에서 예전 젊은 시절의 어른들을 생각하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마을 어른 한 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집이 하나씩 빈집이 돼 간다. 고향에 갈 때마다 그것이 가장 안타깝다.

이순원 < 소설가 lsw8399@hanmail.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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