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씨(40)는 지난 1일 은행 사이트에 공인인증서로 접속해 인터넷 뱅킹 거래를 했다. 계좌이체를 위해 보안카드 앞뒤 숫자 두 자리를 입력하라는 팝업창이 떠 의심 없이 숫자를 입력했다. 보안카드 번호 입력 직후 사이트가 갑자기 멈췄다. 단순 오류로 판단한 이씨는 나중에 이체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창을 껐다. 하루 뒤 이씨는 9개의 출금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2600만원이 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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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7월 말까지 신종 인터넷 금융사기인 메모리 해킹 피해 112건, 6억9500만원이 접수됐다며 22일 주의보를 발령했다. 메모리 해킹은 해커가 피해자의 컴퓨터에 미리 악성코드를 유포해 공인인증서 등 금융정보를 유출한 뒤 피해자가 인터넷 뱅킹을 진행할 때 보안카드 정보 등을 다시 빼내는 형태로 이뤄진다. 피해자를 가짜 은행 사이트로 유도해 보안카드 번호 전체를 요구하는 파밍보다 진일보한 수법이다.
메모리 해킹의 기존 수법은 이씨 사례처럼 계좌이체 때 오류가 반복되는 형태다. 최근 등장한 신종 메모리 해킹 수법은 계좌이체가 정상적으로 종료된 뒤 보안강화 팝업창이 뜨면서 다시 보안카드 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찰은 메모리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OTP(일회성 비밀번호)나 보안토큰(하드웨어 보안장치)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파일과 전자우편을 열어보지 말고,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영화·음란물 등을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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