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게 듣는다 - 대담 박기호 지식사회부장
쟁점사항 패키지식 조율 … 노사 주고받기 유도
민노총 자리 여전히 비어 있어 … 대화 참여해야
합의사항 이행 결과 대통령·국민에 직접 보고
‘고용률 70%라 쓰고 사회적 대화라 읽자.’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13일 찾은 서울 여의도동 노사정위원회 건물. 출입구 위쪽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목표이자 우리 사회 안정의 필수 조건인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노동시장 개편이 필수적이며 노동시장 개편은 사회 구성원들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은 왜 개편해야 하나.
“경제 성장을 통한 전통적 방식으로는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어렵다.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단축하면 고용률이 80%로 올라간다. 하지만 초과 근무는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8시간 근로를 강제할 순 없다. 인력 추가 충원에 따른 기업 부담도 커진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청년 실업을 해소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등도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개편은 피할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가 근로자, 기업, 정부 간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합의체 기구인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정책을 펼 수 있는지.
“노·사·정이 협의·조율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과 틀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더 하려고 한다. 노동 현장 경험자들과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포럼’을 구성해 내달 4일 시작한다. ‘고용률 70%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전국 순회 토론도 다음달 시작한다.”
▷노사정위 조직 개편은 어떻게 되고 있나.
“노·사·정 위원은 공익위원 2명, 노동계 2명, 경영계 2명, 정부 3명, 위원장, 상임위원 모두 11명으로 민주노총이 빠져 10명이다.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고 노동계에 여성과 청년, 경영계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1명씩 추가하는 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이 내달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보건복지부 장관도 추가돼 전체 위원은 20명으로 늘어난다. 대표성을 가진 더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의제별 소위원회도 구성한다고 들었다.
“여성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북돋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실업급여 위주의 소극적 노동정책을 직업능력 개발을 통한 재취업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제도 개선 위원회’도 준비 중이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도 큰 현안인데.
“노사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통상임금의 경우 노동자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에는 존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노사 간 협의로 결론내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노사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다양한 현안을 한꺼번에 다루는 임금·근로시간 특별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한 쪽이 양보하면 근로시간에선 다른 쪽이 양보할 수 있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배우자와 자녀 취업을 늘려 여성과 청년 고용을 늘리는 타협안도 나올 수 있다. 패키지 형태로 묶어 조율과 조정을 통해 대타협을 유도하려고 한다.”
▷패키지로 처리하면 타협이 늦어질 수도 있을 텐데.
“이슈별로 접근하면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려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패키지로 하면 주고받을 카드가 많아진다. 서로 갖고 있는 패를 펼쳐 놓고 ‘기브 앤드 테이크’를 할 수 있다. 각각의 소위원회는 20명 이내로 노·사·정과 공익 부문에서 공정하게 구성 중인데 내달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민주노총 참여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월 취임사를 통해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참여를 요청했다. 위원회의 노동계 두 자리 중 민주노총 한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리더십이라면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노동계의 정치권 의존이 노사 대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사는 기본적으로 이해가 다르지만 상생해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화의 장을 박차고 나가서 정치권을 동원하는 관행이 있었다. 특정 조직의 논리에 근거한 입법은 당장은 해당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 대화의 장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정 합의가 이행이 잘 안 됐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이행 점검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야 실효성이 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이행 점검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부처 합의도 이끌어내고, 이행 점검 결과를 국민에게도 공개할 생각이다.”
정리=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
김대환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노동장관 역임…불법투쟁 노조에 비판적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64)은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연구소장,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 위원장, 한국고용정보원 초대 이사장 등을 지냈고 2004~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맡았다. 지난 6월 노사정위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분배와 복지에 관심이 많은 중도 진보 성향의 학자로 분류되지만 장관 재임시에는 노조의 명분 없는 투쟁을 지적하며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정규직법 제정 과정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진보적인 의견을 내는 노동계 및 정치인과 대립해 노정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지만 이 때문에 ‘원칙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인기 영합적인 노동정책을 펴는 정부, 노조의 불법 파업에 타협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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