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UBS 등도 … 해당社 "소송 제기"
▶마켓인사이트 8월13일 오후 4시35분
국세청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두 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총 65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사업수익을 만기 시점에 일괄 신고해야 함에도 해마다 나눠 신고해 세금을 의도적으로 적게 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올해 안에 같은 이유로 골드만삭스 UBS 씨티 등의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에 대해서도 각각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ELW 사업 구조 때문에 해마다 관련 사업수익을 나눠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음달 조세심판청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LW 손익신고 시점이 쟁점
13일 세무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oA메릴린치와 유럽계 IB 크레디트스위스의 2007~2012사업연도 정기세무조사를 통해 지난달 각각 280억원, 369억원의 법인세를 물렸다. 국세청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ELW LP사업에 대한 손익 신고를 잘못해 세금을 적게 낸 것으로 보고 있다.
ELW는 특정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사거나 팔 수 있는 ‘옵션’ 성격을 가진 금융 투자상품이다.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들은 국내 시장에서 ELW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발행사)로부터 ELW를 사들여 투자자들에게 사고 파는 LP 역할을 하며 헤지(위험회피)전략 등을 통해 수익을 챙긴다.
문제가 된 것은 ELW LP(외국계 증권사)들의 사업수익 신고 시점이다. 예를 들어 A외국계 증권사는 국세청에 2008년 만기 2년짜리 ELW 상품의 LP를 맡아 관련 손실(-400억원)과 다른 사업수익(500억원)을 합쳐 100억원을 신고하고 2009년에는 LP 수익(400억원)과 다른 사업수익(500억원)을 합쳐 900억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A증권사가 LP 역할을 맡은 ELW의 만기가 2년이기 때문에 2008년에는 LP사업수익을 제외한 다른 사업수익(500억원)만 신고하고 2009년에 2008년(-400억원)과 2009년(400억원)의 LP사업수익을 합산한 것(0원)과 다른 사업수익(500억원)을 합쳐 500억원을 신고했어야 한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09년에 많이 낸 세금을 돌려주는 대신 2008년에 적게 낸 것은 ‘의도적’이라고 보고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붙여 총 65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했다.
○외국계 “소송 불사”
국세청은 골드만삭스 UBS 씨티 등 ELW LP 역할을 했던 다른 IB들에도 서면요구를 통해 ELW LP 수익 자료를 수집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다른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세무자료를 확보해갔다”며 “골드만삭스 UBS 등도 같은 방식으로 세무 신고를 했기 때문에 각각 수백억원대 추징금이 부과될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세청의 세금 추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보고 9월 중 조세심판청구를 할 계획이다. 세금이 추징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세무신고를 나눠서 했다고 하는 것은 ELW 사업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한 판단”이라며 “9월까지 단독 또는 다른 외국계 증권사와 공동으로 불복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정영효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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