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기대 갖고 살던 집 떠났는데…사업은 지지부진
신반포 1차 구청 제동에 '울상'
고덕시영 시공사-조합 갈등
가락시영 추가분담금 시비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초구청 앞마당.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속에서 수백명의 반포동 신반포1차 아파트 주민들이 서초구에 재건축 확정을 의미하는 사업 시행인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서초구가 조합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방식의 재건축을 강요하며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이주비를 빌려 이사를 나왔기 때문에 사업이 한 달 늦어질 때마다 재건축 사업은 수십억원의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거리로 나온 강남권 재건축 주민들
재건축 인허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삿짐을 싼 1만가구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주변 단지, 주민 간, 시공사와의 갈등 등으로 사업이 늦어져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남권에서 선(先)이주에 나선 단지는 서초구청 앞에 모인 신반포1차를 비롯해 송파구 가락시영, 강동구 고덕시영 등 1000가구가 넘는 랜드마크 단지를 계획하던 아파트들이다.
이들 단지는 철거공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줄여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재건축 인허가에 미온적인 서울시와 자치구를 압박하기 위해 선이주에 나섰다. 그러나 재건축 인허가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분담금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생기는 등의 차질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올해 초까지 집을 비운 신반포1차 주민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서초구가 “이웃한 20·21동을 통합해 재건축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서다. 이 단지 1~19동(730가구)은 20·21동(60가구)과 분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단지 주출입구는 20·21동의 땅을 지나야 한다. 이들을 재건축에서 제외하면 통행로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서초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다. 오는 11월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던 조합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은 “지금까지 서초구가 하라는 대로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돌연 말을 바꿨다”며 “대책 없이 인허가를 지연시키면 나가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사업성 문제로 다투는 고덕·가락시영
고덕시영(2570가구)은 2011년 말부터 주민들이 집을 비웠지만 소송 등 분쟁이 잇따르면서 철거조차 못한 상태다. 최근에는 분양가와 추가 분담금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까지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덕시영 조합원 분담금은 종전 계획보다 가구당 평균 9000만원 이상 불어났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2011년 3.3㎡당 평균 2450만여원으로 책정했던 일반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주에 들어간 가락시영은 6600가구 중 아직도 300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들은 추가 분담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무작정 이사를 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락시영 조합은 아직 조합원 분담금 수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이주를 했을 때 자칫 허가가 늦어지면 이주비 등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합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늘어난 부담 때문에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려 받았다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거 미분양되면 더 큰 손해를 볼 우려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를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야 조합원 분담금이 확정되는데 그 이전에 이주하면 사업 지연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김동현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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