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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토종기술 '와이브로'…개발사 삼성도 "LTE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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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인도 주요 사업자, LTE로 잇단 전환

실패한 사업?
2004년 와이브로 정책 도입…가입자 100만명…수년째 제자리

포기 요구하는 사업자
LTE-TDD 생태계 빠르게 확장…와이브로보다 부가가치 창출효과 커

결단 못내리는 미래부
정책실패 역풍우려 선뜻 포기못해…연말까지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를 LTE-TDD용으로 바꿔달라.”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같은 요청을 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사업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2000년대 초 와이브로 개발을 주도했던 삼성전자는 그간 와이브로가 롱텀에볼루션(LTE)에 밀려 고전하고 있음에도 ‘와이브로를 포기하자’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4세대(4G) 이동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가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보고 LTE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잊혀져가는 기술’ 와이브로

와이브로는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모바일 인터넷 기술이다. 당시 LTE와 함께 차세대 4G 이동통신 기술로 떠올라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서비스한 한국은 세계 와이브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한때 70여개 국가에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서비스 도입 이후 7년이 지난 현재 와이브로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종주국인 한국에서 조차 LTE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100만명에 그친다. 당초 2010년까지 800만~90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은다는 목표였으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비해 2011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LTE의 가입자 수는 2년도 안돼 2000만명을 넘어섰다.

와이브로 기술이 처음 나왔던 2002년만해도 데이터 속도 측면에서 와이브로가 단연 우위였다. 당시 LTE는 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와이브로를 민 이유다. 그러나 LTE 기술이 개발되자 통신업체들은 LTE쪽으로 기울었다. 와이브로보다 투자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대만 러시아 등 해외 사업자들이 속속 와이브로를 접고 LTE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 기술, 장비 등 수출도 크게 줄었다. 새로운 장비 개발 등 기술 진화도 멈췄다.

○“LTE-TDD용으로 바꾸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업체 통신장비업체들은 물론 KT 등 서비스업체들까지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LTE-TDD(시분할 방식)용으로 바꿔주길 바라고 있다.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LTE용으로 변환할 때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LTE-FDD(주파수 분할 방식)보다 LTE-TDD로 바꾸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서다. LTE-TDD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것도 이유다. 현재 한국 등 LTE 서비스 사용 국가의 90% 이상이 LTE-FDD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호주 중동 등이 LTE-TDD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TE-TDD는 2015년 전체 LTE시장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삼성전자는 최근 LTE-TDD와 LTE-FDD를 교차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해 갤럭시S4에 적용했다.

현행법상 와이브로는 해당 주파수를 2019년 3월까지 사용토록 돼있다. 단말기와 통신장비업체, 통신업체 등 사업자들은 2019년 3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주파수 용도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와이브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LTE-TDD를 보다 빨리 국내 시장에 도입하는 게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대구대 경영학과 정인준 교수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당장 LTE-TDD로 바꿨을 때 앞으로 6년간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 매출액은 최대 18조9681억원으로 와이브로를 2019년 종료기간까지 유지했을 때의 9196억원 보다 약 20.7배의 시장창출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주파수 낭비 논란도 나온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가입자 2000만명을 넘긴 LTE가 총 80㎒ 폭의 주파수를 쓰고 있는데 가입자 100만명을 겨우 넘긴 와이브로가 60㎒ 폭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주파수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실패 선언 못하는 미래부

미래부도 와이브로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5월말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와이브로 전담반’을 구성하고 통신업체, 장비·단말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전담반은 와이브로를 활성화시킬 여지가 있는지부터 서비스 중단시 소비자,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연말까지 공청회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도 국내 와이브로 상용화가 실패했다는 걸 안다”면서도 “한국 최초로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기술의 실패를 공식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설리/김태훈 기자 sljun@hankyung.com

■ 와이브로(WIBRO)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 초고속인터넷 기술. 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이다. 걷거나 자동차 등으로 이동할 때도 노트북 등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 LTE-TDD(Time Division Duplex)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의 한 종류.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LTE-FDD(Frequency Division Duplex)는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각기 다른 주파수 영역을 사용하는 데 비해 LTE-TDD는 같은 주파수 영역을 이용한다.


▶ 세계시장서 입지 좁아지는 와이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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