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정책토론회서 불만 쏟아내
가업승계 잘돼야 강소기업 가능
주식 증여 하자니 '세금 폭탄' …일감 과세도 우리가 최대 피해자
“회사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 경영권을 승계하는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중견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하려고 설비와 공장을 파는 일도 있다.”(강호갑 신영 회장)
중견기업 오너들이 6일 여야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그동안 억눌렀던 불만을 쏟아냈다.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와 중견기업학회 공동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견기업 정책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는 강창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10여명의 여야 의원과 성윤모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장, 30여명에 중견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그동안 대외적 발언을 삼갔던 기업인들도 작심한 듯 의견을 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강소기업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독일 히든챔피언은 기술을 몇 대에 걸쳐 다듬고 다듬어 그 위치에 오른 경우가 많다”며 “경영권이 바뀌면 회사가 좋아질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업 승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강소기업이 나오기란 사실상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가업 상속 시 상속 재산을 30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해주고 있는데, 조건이 까다롭고 한도도 낮아 마음 놓고 고용과 기술을 대물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영석 한일이화 회장은 “나도 2세 경영인이지만 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려고 하니 세금이 너무 많아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며 가업 상속 세제 혜택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도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박 사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결국 많은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데 의결권이 동일한 보통주 이외에 황금주 같은 것을 적극 허용하면 세금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금주는 한 주만으로도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가업 승계와 관련한 세제 혜택이 10년 이상 경영한 매출 2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에 한정되고, 그나마도 상속인이 한 명으로 제한된다”며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적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도 중견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본 6200여개 법인 주주(1만여명)에게 1000억원 안팎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박 사장은 이와 관련, “수도권에 있는 공장은 설비 확대가 안 돼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땅을 산 뒤 창고를 짓고 이를 회사에 임대했다”며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부과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 비용이 꼬박꼬박 나가는데 과세 당국은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창일 의원은 “그동안 중견기업을 대변할 단체가 없어 의견을 많이 못 들었다”며 “대기업 정상화에 애꿎은 중견기업이 피해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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