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 비용 폭증 … 첫 '벌칙성' 부담 요구
30일 비용평가委 결정 … 최소 9000억 될 듯
한국전력이 원자력발전소 관리·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가동중단 사태에 따른 자사의 손실을 100%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값싼 원전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다른 대체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이 폭증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이 보상을 요구한 금액은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재가동 시기에 따라 최소 9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른다.
2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전은 전력 구매 비용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서 한수원에 불량 부품 비리 등으로 일부 원전이 가동을 멈춘 데 따른 손실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이 발전자회사의 실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벌칙성’ 보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용평가위원회는 원자력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원별로 전력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곳으로, 한전과 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6개사 대표 및 전력거래소, 정부 측 대표, 외부 교수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는 30일 한전에 대한 한수원의 보전금액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한전은 지난 5월 불량 부품이 납품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가 중단되면서 올해 11월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전력 구입 비용이 최대 2조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원전이 멈추자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40% 이상 비싼 LNG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입한 데 따른 비용이다. 불량 부품 납품 비리는 한수원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만큼 이에 따른 손실은 한수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한전의 요구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사가 책임감을 갖고 경영하려면 원인유발자 부담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라는 입장이어서 한전 측 주장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전은 다만 보전금액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한수원에서 사들이는 전력 구입 비용을 깎는 방식으로 손실금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비용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라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할 때 발전원별로 원가 차이를 반영해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연료비 제외)에 발전원별 지수를 곱해 값을 쳐준다. 이를 ‘정산조정계수’라고 부른다. 석탄 원자력 LNG 순으로 정산조정계수가 높다.
한수원은 속으론 불만이지만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정지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한전의 요구는 발전사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데다 원자력의 경제성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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