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 안전규정 무시 밀리터리 게임장
탄환 위력 허용치 1.6배…"사실상 모의총기"
정부, 실태파악 못해…청소년 안전사고 우려
“콰앙, 쾅 쾅 콰앙.”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서바이벌 게임장. 방아쇠를 당기자 BB탄총과 연동된 대형 스피커에서 강렬한 총성이 터져나왔다. 탄속 측정기로 측정한 탄환의 위력은 0.33J(1J는 1㎏의 물체를 1m 이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로 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치 0.2J을 뛰어넘었다.
BB탄총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서바이벌 게임장 가운데 다수가 불법으로 개조한 BB탄총을 사용하고, 20세 미만에게는 판매가 금지된 성인용 BB탄총을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국내에 200여곳 이상의 서바이벌 게임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헬멧과 조끼에 부착된 센서로 BB탄의 충격을 감지해 자동적으로 결과를 채점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임장은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전주, 완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게임장을 운영하거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전주 밀리터리서바이벌 체험장은 주말마다 2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단체로 온 청소년,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주 고객이었다. BB탄총 개조 여부를 묻자 게임장 관계자는 “장비에 달린 센서가 탄환을 감지할 수 있게 BB탄총의 세기를 높였다”며 “처음 BB탄총을 납품받을 때부터 개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측정 결과 대구사격장에서 사용하는 BB탄총의 세기는 0.32J, 전주 밀리터리서바이벌 체험장은 0.33J로 현행법의 허용치를 1.6배가량 웃돌았다. 완주 밀리터리파크 관계자는 “서바이벌 동호회 회원에게만 빌려주는 세기 M4 BB탄 소총도 40정 보유하고 있다”며 “세기가 0.5J 내외”라고 말했다. 조사에 동행한 전문가는 “민간이 운영하는 다른 게임장의 경우 기관단총형 총기를 사용해 파워가 더 셀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령에 따르면 탄환의 위력이 0.2J을 초과하면 모의총기로 규정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BB탄총을 어린이용 청소년용 성인용으로 구분해 탄환의 위력에 차이를 두고, 나이별로 구분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게임장에서는 유치원생에게도 성인용 BB탄총을 대여하고 있었다. 게임장 홈페이지에서는 몸에 맞지 않는 보호조끼를 허벅지까지 내려오게 걸친 어린이들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게임장 관계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들은 총이 무거워 보호장비가 없는 다리 쪽으로 총을 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바이벌 게임장 한 곳은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탄환의 위력을 기존보다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B탄총을 납품한 업체는 기술표준원의 인증을 받았으며 경찰의 점검을 받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납품업체 관련자는 “경기장 내에 들어가는 총기는 정상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경찰 점검에서도 위력에 문제가 없었다”며 “경기장에 들어간 후 총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증기관 확인 결과 이 업체 제품은 만 20세 이상 성인용 제품이었다.
레저스포츠 시설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지자체의 서바이벌 게임장 조성에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문체부는 불법 개조 BB탄총의 사용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레저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바이벌 게임에 쓰이는 총기의 기준을 완화하는 데 문체부가 나설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현행 기준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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