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지난 5월8일, 중국에서는 칭다오의 한 딸기농장 소유주가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세계 최대 PC 제조회사인 레노버의 지주회사 레노버홀딩스. 레노버홀딩스는 지난 3년간의 투자 끝에 중국 중산층을 겨냥한 딸기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에서 ‘전설적인 경영자’로 통하는 류촨즈 레노버홀딩스 회장은 “미래 산업에서 농업은 중요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며 “결실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PC에서 성공한 제조 및 유통·판매 일원화 모델을 농업에 적용해 일대 혁신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직영 농장은 물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관리하는 ‘협력 농장’도 확대해 표준화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두 달여가 흐른 지난 17일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농촌 6차산업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농업과 관광을 결합해 6차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사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오던 사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대표적인 예로 제시된 충남 홍성군 ‘거북이마을’은 2002년 이미 충남도가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해 개발한 지 10년이 지난 곳이다. 전남 완주군의 ‘꾸러미 사업’도 농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 사업의 성공한 예일 뿐이다.
기존 사업들을 묶어 나열해 놓은 것에 ‘6차산업’이라는 거창한 명패를 붙인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산업의 틀 자체를 흔들며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레노버 사례와 너무나 대비돼서다. 일본에서도 기업이 진출해 영세화하고 고령화된 농업을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은 전국에 15곳의 ‘로손팜(Lowson farm)’을 열고 청년들을 고용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거주 인구 평균연령 66.2세인 일본 농촌 문화에도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패밀리마트가 레노버나 로손처럼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지난 3월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토마토 재배를 접은 동부한농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촌을 살리겠다며 이름만 바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사례는 농식품부의 문제의식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임을 말해준다.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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