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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틀'을 주는가에 따라 사람의 행동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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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구성원들 속박하는 '심리적 감옥'으로 생각하느냐
'협력체'로 여기느냐에 따라 거두는 성과도 당연히 달라져



추리소설을 쓰는 한 소설가가 소재를 얻기 위해 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서에서는 유명 소설가가 경찰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최고의 형사를 소설가의 파트너로 지정해 협조하도록 지시한다. 쉽지 않은 첫 사건을 무사히 해결한 두 사람. 첫 사건 해결을 축하하는 저녁을 갖는다. 식사를 마치고 한 잔까지 걸치고 나서 헤어지는 두 사람.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먼저 형사가 “조심해 들어가세요”라고 말하자, 소설가는 “내일 봐요”라고 답한다.

두 사람 모두 내일 아침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것이겠지만, 왜 이리 전혀 다른 인사를 한 것일까. 형사는 밤에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경험했기에 밤길의 위험을 경고해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설가는 직업상 현재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더 생각하기에 내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차이 때문에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틀짓기(framing)’라고 부른다.

틀짓기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인식의 함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질문을 어떤 틀로 하는지에 따라 응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두 명의 신부가 있었다. 둘 다 골초였고 흡연 습관 때문에 기도할 때 약간 문제를 갖고 있었다.

첫 번째 신부가 주교에게 물었다. “주님께 기도할 때 담배를 피워도 됩니까?” 주교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신부는 질문을 조금 달리 했다. “담배를 피울 때와 같이 나약한 순간에도 주님께 기도해도 됩니까?” 주교의 대답은 물론 “해도 된다”였다. 사실 같은 질문이지만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틀짓기의 효과다.

얼마 전 한국의 비행기가 미국 공항에서 사고를 낸 것이 신문에 크게 났다. 사고의 문제점에 집중하는 보도 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애쓴 미담이다. 틀짓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먼저 승무원들의 미담과 사고의 문제점 중 어느 것이 부각되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느끼는 바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예전 미국의 한 여객기가 뉴욕의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적이 있다. 신문에 실린 기사는 승객을 모두 살린 조종사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만,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는 영웅이 각인된 다음이라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영업이나 마케팅에서는 오래 전부터 틀짓기가 활용돼왔다. 돼지고기 판매대에 ‘99퍼센트 무지방’이라고 적힌 고기와 ‘1퍼센트 지방 함유’라고 적힌 두 가지 제품이 있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겠는가. 두 제품은 똑같은 양의 지방을 포함하지만, 사람들의 선택은 ‘99퍼센트 무지방’이다. 심지어는 ‘1퍼센트 지방 함유’ 제품과 ‘98퍼센트 무지방’ 제품이 주어졌을 때조차 지방을 두 배나 많이 포함한 ‘98퍼센트 무지방’을 선택한다. 소비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지방보다는 무지방이 좋다는 무의식적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지방 함유’라는 틀보다는 ‘무지방’이라는 틀을 활용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주식 시세 ‘하락’은 ‘조정’으로 표현되고, 지나치게 부풀려진 기업 인수가격은 ‘호의’라고 말하는 순간에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모든 경영 강좌에서는 ‘문제’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으라고 강조한다. 관리자를 해고하는 상황에서 ‘삶의 방향을 새로이 정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은 많은 불운과 (본인과 군대의) 어리석은 결정의 조합 때문에 발생하지만, ‘전쟁 영웅’이라고 불리는 순간 사람들은 그 모든 문제들을 잊게 된다.

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자라면 직원들의 생각에 어떤 틀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의 직무 기술서, 규칙과 규제 등이 직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이에 따라 회사는 구성원들을 속박한다는 ‘심리적 감옥’이란 틀을 가진 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회사는 개인과 집단의 상호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체제’라는 틀을 가진 직원도 있을 것이다. 어떤 틀을 가진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고자 하겠는가.

마찬가지로 ‘주인의식’이라는 틀과 ‘하인의식’이라는 틀, 어떤 틀이 직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겠는가. 당연히 주인의식이다. 직원들의 마음속에 어떤 틀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말로만 ‘주인의식’을 강조하지 말고 실제로 주인 대우를 해줄 때 직원들은 ‘주인의식’의 틀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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