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돼도 체질개선 실패…삼선로직스 등 또 D등급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된 기업이 다시 부실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을 통해 재무 상태는 나아졌지만 경쟁력은 약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견 해운업체인 삼선로직스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쳐 경영이 제자리를 찾았으나 최근 금융감독원의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다시 법정관리 신청 대상으로 분류됐다. 가구업체 보루네오가구는 2001년 10년간의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2007년 흑자전환을 이뤘으나 금융위기로 건설업계가 불황을 맞자 지난 6월 또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우차판매 대우전자부품 C&중공업 쌍용건설 쌍용자동차 벽산건설 남광토건 LIG건설(옛 건영) 등도 1차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됐다가 2차 구조조정에 들어간 업체들이다. 금융권에서는 구조조정 ‘재수생’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니 재무 상태는 좋아졌지만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아니지만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대기업 그룹(주채무계열)과 주채권은행이 체결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MOU)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MOU 대상으로 평가받은 6개 그룹 중 4곳은 다섯 해째 MOU를 맺고 있는 ‘5수생’이다. 신속한 구조조정 없이 장기간 빚 부담을 짊어지고 가는 과정에서 체력과 경쟁력이 모두 약해진 결과다.
주채권은행과 MOU를 맺은 대기업 그룹은 지난 5년간 모두 13곳에 이른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좋아져 정상적으로 졸업한 곳은 단 2곳에 그치고 있다.
이상은/이태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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