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패 책임져라"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사진)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쌍용건설이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만큼, 김 회장 스스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산업·신한·국민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최근 김 회장 측에 ‘스스로 거취 표명을 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 지원 및 출자전환 등의 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에 김 회장에게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아직 채권단에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은행들은 김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김 회장의 퇴진 안건을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운영위 개최를 요구하면 다음주 중 회의를 열어 김 회장의 퇴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어짜피 이달 중순 쌍용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이 완료되면 채권단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게 된다”며 “대주주로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김 회장을 해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쌍용건설 임원과 부장급 이상 주요 간부들의 사표를 이미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퇴진하면 재신임 절차를 거쳐 사표를 선별 수리하기 위해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 자금과 보증, 출자전환 등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쌍용건설에 넣어야 하는 만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쌍용건설 매각을 위해서라도 김 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채권단 일각에선 퇴진이 아닌 경영권 일부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해외사업부문만 맡고 다른 대표이사가 국내 사업과 기획조정 업무 등을 총괄하는 식이다.
올초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경영부실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해임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김 회장이 퇴진하면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이후 김 회장은 3월 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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