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펀드
운용초기에는 이자수익 받고 이후 지분투자 배당수익 늘어…최소수입보장 조건 붙은 자산도
최근 몇 년간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어떤 투자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였다. 굳이 저금리 시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이미 시중 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가 연 2%대에 진입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연 3%대 초반까지 하락한 터라 예금과 채권 투자자들 모두 금융 소득 감소를 감내해야 할 처지다.
주식 투자 역시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세계 증시는 미국 양적완화와 관련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연일 출렁거리고 있고 한국증시 역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선뜻 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
○높아지는 실물펀드 인기
올 하반기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주식과 채권은 많은 경우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은 양호한 경제 성장 전망과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데, 이런 요인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영업환경과 이익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경우 주가는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모습을 보면 채권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과거의 패턴과 상당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에 풀렸던 유동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 앞에서 시장이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와 수급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이와 같은 출렁거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자산 가격 흐름의 추세를 전망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렇듯 불확실성이 커진 투자 환경에서는 시장 수익보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방향성에 베팅하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시중 금리를 약간 웃도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추구하다가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물펀드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실물펀드란 인프라, 부동산, 선박, 유전 등 실물자산에 투자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배당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일정 수준의 분배금이 꾸준히 지급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과 같이 거래되기 때문에 매매차익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장점
대표적 인프라 투자상품인 맥쿼리 한국인프라 펀드는 해당 펀드의 최근 3년간 배당수익률이 평균 연 6%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10년 말 연 3.38%, 2011년 말 연 3.34%, 2012년 말 연 2.82%였던 것을 감안하면 꽤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펀드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부산 신항만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 관련 13개 자산에 지분 투자 및 선순위, 후순위 대출을 시행하고 배당수익과 이자수익을 받게 된다. 운용 초기에는 주로 선순위채권, 후순위채권 등의 이자수익이 주수익원이다.
이후에는 이자수익이 점차 줄고 지분 투자를 통한 배당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보유 자산들이 펀드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기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가 배당을 시작하는 2015년부터로 전망되며, 이런 배당금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배당을 시작하는 201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장점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3개 자산 중 12개의 자산에 대해 최소수입보장(MRG) 조건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과 물가 상승에 연동해 통행료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향후 각 자산에서 펀드로 유입되는 현금흐름 중 54%가량이 최소수입보장으로 커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현재 주가 기준 예상수익률에 못 미치는 수익률(IRR)의 신규 자산에 투자할 경우 맥쿼리 한국인프라의 기업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 비중이 높은 일부 자산은 최소수입보장 기간이 사업시행 기간보다 짧아 보장기간 이후 현금흐름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최소수입보장 잔존 기간은 가중 평균 시 11년 정도로 그 이후의 배당 규모는 투자 사업의 실질 수익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시행 기간이 끝난 자산들이 국가에 기부채납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투자 원금 이상의 배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할인율 상승에 따라 분배금의 현재가치가 하락하고, 채권 등 대체 상품들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배당 꼬박꼬박 나올지 체크해야
실물펀드의 또 다른 예는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다. 상장 리츠는 투자 대상에 따라 일반 부동산 투자회사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로 분류되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회사도 있다. 일반 부동산 리츠의 경우 주로 수익형 부동산 등을 투자 대상으로 하며 취득 부동산에 별도의 제한이 없는 데 비해 기업구조조정 리츠는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에 70% 이상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자산운용 주체에 따라 자산관리회사에 위탁하는 위탁관리 리츠와 상근 직원이 투자와 운용을 직접 수행하는 자기관리 리츠로 구분할 수 있다.
리츠의 투자 매력은 앞에서 언급한 인프라 펀드와 비슷하다. 리츠 역시 과세 소득 혹은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배당의 재원은 부동산 임대에서 발생한 임대료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본차익이 된다.
경기 분당 서현동 센트럴타워에 투자하는 코크렙 8호의 경우 7년 존속 기간에 연평균 9%대의 배당이 이뤄졌다. 케이탑 리츠는 부산에 위치한 쥬디스태화 빌딩과 인천의 토성빌딩, 그리고 올해 신규 취득한 판교 아펠바움 총 3개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 중으로 최근 18%를 넘는 시가 배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물펀드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프라펀드나 리츠펀드에 투자할 때 최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배당수익률에 대한 신뢰도다. 해당 상품이 과거 꾸준히 배당을 지급했는지, 미래 투자 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적합한지, 현금흐름이 양호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해당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사업의 현금흐름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배당주는 만기가 없는 영속기업에 대한 투자이고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추가적인 사업 기회 발굴이 가능하지만 실물펀드는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데다 대부분 투자안이 이미 확정돼 있어 추가적인 사업 기회 발굴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단순히 배당금만을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안의 수익성과 위험을 평가해 배당수익의 원천과 원금 상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steven.moon@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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