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대참사 막은 아시아나 승무원 '5인의 영웅'
"훈련 받은대로 움직였다"…아비규환 속 침착한 대처
6일 오후 3시27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28L 활주로. 착륙을 준비하던 아시아나항공 214편 캐빈매니저(최선임 승무원) 이윤혜 사무장(40)은 ‘쾅’하는 굉음과 함께 꼬리뼈에 큰 충격을 느꼈다. 비행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고 머리 위로 여행가방과 기체 파편이 쏟아졌다. 승객들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사무장은 7일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시빅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승객들이 대피할 때까지 비행기 꼬리가 날아간 것도 몰랐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사무장은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조종실로 달려가 기장의 생사를 확인했다. 기장이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한 뒤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세 차례 비상탈출을 안내하는 기내방송을 했다. 조종실에 탑승하지 않는 애드기장이 도끼를 가져와 탈출용 슬라이드를 터트렸다. 부기장은 기내식과 함께 나오는 나이프를 가져와 슬라이드를 터뜨리는 것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승객들이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짐을 챙기느라 우왕좌왕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내 곳곳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사무장은 중국인 승객에게 “짐을 버리고 탈출하라”고 말했다. 한 여자 승객은 다리에 출혈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슬라이드까지 둘러업고 뛰었다. 충돌 당시 실신한 7명의 승무원을 제외한 다른 4명의 승무원과 함께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를 도왔다. 불길이 옮겨 붙은 상황이어서 한시가 위급했다.
이 사무장은 화염이 번지자 소화기를 찾아 부기장에게 전달했다. 불길을 진화하는 동안 열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승객을 모두 탈출시킨 뒤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문에 다리가 끼인 후배 승무원과 부기장뿐이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후배를 구해 부기장과 탈출시킨 다음 남은 승객이 없는지 확인했다.
힙합 공연 프로듀서인 승객 앤서니 나 씨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두고 “몸집이 작은 여 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다친 승객들을 등에 업고 비행기 통로를 통해 옮기느라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영웅’이라고 했다. 또 “울고 있었지만 너무나 침착했다”고 전했다. 이 사무장은 “한 승객이 사라진 아이 때문에 울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승무원이 안고 탈출한 뒤였다”며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감격해 울었다”고 했다.
구조작업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비상상황 대비 훈련을 받은 대로 생각이 뚜렷해지고 몸도 자동으로 움직였다. 불이 났을 때는 빨리 꺼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뒤쪽 천장이 무너져내려 벽에 막힌 듯 보이지 않고 승객이 있는 곳까지만 보였다”며 “꼬리가 날아간 사실은 뒤늦게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은 슬라이드가 펴지고 탈출할 때까지 걸린 시간에 대해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90초 안에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앤 헤이스 화이트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은 “이번 사고에서 ‘90초 규칙’이 지켜져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아시아나항공 사고기의 캐빈매니저는 영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승무원은 19년차 승무원으로 현재 캐빈서비스 2팀에 소속돼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경력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그는 2003년 아시아나항공 창립기념일 우수승무원으로 뽑히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14회 포상을 받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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