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4일 소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자들에게 이달 말까지 세금을 자진 신고해 납부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과세 대상자는 6200개 기업의 대주주와 그 친인척 등 1만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세수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1000억원에 상당히 못 미칠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추산이다. 대기업 대주주들이 특수관계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처럼 그 소란을 떨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억지 세금을 도입한 결과가 이 모양이다. 정치권이 떠밀어 억지 세금을 걷게 된 것이라지만, 당국으로서는 민망하고 당황스럽고 비용만 지출하게 됐다.
물론 세금이 많고 적은 게 문제는 아니다. 세수가 적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은 처음부터 위헌 논란도 적지 않았다. 사실 최대주주와 그 친족들에게 부당이익을 몰아준다는 그 일감들이 수혜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추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해당 기업들은 법인세를, 그 최대주주는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매년 낸다. 상속·증여세법 개정 때부터 과세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정면 배치될 뿐 아니라 이중과세로서, 위헌 소지를 가진 세금이라고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했던 이유다.
증여로 간주한다는 증여의제라는 말부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증여세가 2003년 포괄주의를 도입했던 것에 너무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터다. 포괄주의를 적용한 증여세 과세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감사원은 이런 포괄주의를 적용해 과세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지만, 국세청은 여태 가타부타 답변이 없다. 포괄 증여조차 논란인데 증여의제에 과세한다니 억지 세금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벌써 과세불복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정부도 문제가 있는 세금이라며 필경 법원에 가서야 존폐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결국 오너 등 기업인을 징벌하자는 정략적 선동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세금부터 때리고 보자는 식이라면 국가는 조폭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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