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육성 성과…R&D 업체만 60여곳
기업 투자 1조 넘어…車·조선·油化 뒤이어
“중화학 관련 일만 해오던 제가 2차전지에서 성공한 것이 꿈만 같습니다.”
윤종국 세진그룹 회장은 3일 “2년 전 울산과기대(UNIST)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술을 최근 상용화해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진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플랜트 분야에서 울산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윤 회장은 2011년 조재필 UNIST 에너지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리튬 2차전지 소재 기술과 특수 표면 처리 기술을 이전받았다. 윤 회장이 당시 기술 이전료로 낸 발전기금은 총 64억원. 윤 회장은 “이전 기술은 스마트폰의 최대 약점인 배터리 사용시간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고 전기차와 대용량 전기저장 장치 등에 적용 가능하다”며 “2차전지 분야에서 2년 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는 울산시가 2010년부터 1000억원 넘게 투자해 2차전지산업 기반을 확충해온 결과다. 시는 그동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차세대 전지원천기술센터와 울산분원, 맞춤형 전지인력 양성을 위한 정보기술연구센터 등 2차전지 관련 연구기관 10여곳을 유치했다. 여기에 기업과 석·박사급 연구원 100여명을 확충하고 투자를 확대하면서 2차전지 기술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섰다.
울산지역에서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과 양극제, 음극제, 분리막 등을 연구개발하는 업체만 솔베이케미칼, 후성, 애경유화, 코스모화학 등 60여곳에 이른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이들 첨단 소재 인프라를 기반으로 울산 사업장을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 생산기지로 특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지금까지 울산지역에 투자한 금액만 1조원을 넘는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이 2차전지 산업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2차전지를 만드는 핵심기술 기반인 화학산업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대 수요처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전기차와 초대형 에너지저장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2차전지 산·학·연 클러스터가 구축되는 것도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테크노파크는 사업비 208억원을 들여 지역 업체가 보유한 전지기술의 적합성을 진단하고 사업화 기반을 찾아주는 대중소 연계형 2차전지 실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UNIST도 GS칼텍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등 6개 업체와 공동으로 내년 12월까지 휴대전자기기용 리튬 2차전지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 측은 “참여 기업에서 10억원 등 총 50억원을 투자하고 대학교수 등 80여명의 우수 인력이 참여하는 대규모 산학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중대형 2차전지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30억달러에서 2020년 559억달러로 18.6배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기우 울산시 산업진흥과 에너지담당은 “2020년 울산시는 2차전지 산업에서 연간 20조원의 생산액을 달성, 울산의 4세대 주력산업으로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생산액 규모는 2011년 기준 석유화학 74조원, 자동차 28조원, 조선 25조원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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