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10% 가까이 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팔았어도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밀렸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역전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17~19% 선이다. 한화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매출 9조3780억원, 영업이익 1조8140억원, 영업이익률 19.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25~30%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은 2분기 SK하이닉스가 매출 3조9120억원, 영업이익 1조2250억원으로 31.3%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매출이나 영업이익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익률만 놓고보면 SK하이닉스가 최대 10%나 높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처음 추월했던 2005년 3분기, 두 회사 간 격차는 2% 수준이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말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애플용 AP 감소 따른 시스템LSI 사업부 부진이 요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한 요인으로 시스템LSI 사업부의 부진을 꼽는다.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하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1,2분기 아이폰5의 저조한 판매로 애플용 AP 공급물량이 큰 폭 감소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공급하는 AP도 증가세가 일부 둔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시스템LSI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량인데, 2분기 시스템LSI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 수 중반대에 머물면서 전체 이익을 깎아먹었다"며 "애플에 들어가는 AP 물량 감소가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제기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결별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6에 들어가는 AP를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아닌 대만 TSMC에 맡길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특허 소송을 벌이는 데 따라 부품공급선을 다변화해 삼성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 최근 대만 언론 등은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AP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이후 삼성전자에서 애플 물량이 완전히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다만 삼성전자도 애플을 대체할 또 다른 공급사를 찾아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역전은 D램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D램 비중이 70%가 넘는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많이 봤다는 것.
박영주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최근 모바일 D램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와 PC D 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덕분에 2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램버스와의 소송 취하에 따른 1000억원 가량의 충당금 환입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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