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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선거·물가 때문에 억누른 전기료…'전력 포퓰리즘' 결과는 斷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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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기 과소비 부추긴 정부

경유 172% 뛰는동안 전기료 11% 찔끔 인상
OECD국가 중 최저 … 가격 싸니 수요 폭증



2011년 9월15일 발생한 ‘9·15 순환단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인 원인은 전력수요 폭증과 전력공급 부족이었으나 더 깊은 뿌리로는 에너지 수요가 전기로 쏠리도록 방치한 정부의 에너지 가격정책 실패가 꼽힌다. 정부와 정치권이 물가 및 서민 경제 안정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눌러온 전기요금 정책이 전력 대란을 부른 화근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 중독’에 걸린 국민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전기요금이 가장 싸다. 2010년 기준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시간당 1㎾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이 0.157달러이나 한국은 0.083달러에 불과했다. 일본 0.232달러, 미국 0.116달러였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한국이 0.058달러인 반면 OECD 평균 0.110달러, 일본 0.154달러, 미국 0.068달러였다. 그 뒤로 전기요금이 조금씩 올랐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은 아직도 원가의 90%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내 전기요금과 경유, 등유, 도시가스요금의 인상률을 비교해보더라도 국민들이 전기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알 수 있다. 2001년 이후 경유 172.2%, 등유 125.7%, 도시가스요금은 52.5%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특히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전후해 석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낮게 유지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에너지 수요가 값싼 전기로 몰렸다”며 “석유나 가스로 돌아가던 냉난방 수요도 속속 전기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요금 조정 심의기구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실제 2002~2011년 전기 소비량은 연평균 5.6%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기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 소비증가율(2.7%)의 두 배가 넘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에너지 소비가 0.3% 감소한 2009년에도 한국의 전기 소비는 2.4% 증가했다.

○물가 정책에 희생된 전기요금

이렇게 낮은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돼온 데는 정책적·정치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의지, 경제개발시대 산업계의 원가 경쟁력(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 압력 등이 전기요금 합리화를 막아온 것이다.

물가를 붙잡기 위한 기획재정부 등의 시장 개입은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쳐왔다. 공공요금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의 완제품 가격 인상도 강하게 통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7월 옛 지식경제부가 도입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시행에 제동을 건 것도 기재부였다.

9·15 순환단전 직후 합동대책반에서 일했던 한 전문가는 “당시 전기요금 합리화(전기요금 인상)를 건의했으나 물가 안정에 역점을 뒀던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요금은 선거철 표심을 자극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2002년 6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정부는 전기요금을 오히려 0.10% 내렸고,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에도 1.50%를 인하했다.

○감사원도 지도·감독 나서

지난 12일 감사원은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제시하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산업부에 통보했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총괄원가보다 낮게 정해져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2008~2011년 산업용 전기요금을 총 원가의 85.8%로 책정했다.

감사원은 값싼 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2000~2011년 산업용 전기요금이 13차례에 걸쳐 70.7%나 올랐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은 순이익 1000원을 내면 이 중 63원이 전기요금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라고 대한상공회의소는 분석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결정하다 보니 막상 인상해야 할 때 소비자들에게 그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일부 주(州) 정부처럼 외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전기요금 책정 독립기구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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