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고려대 공동주최
초과근무수당 인상분 부담…실근로시간 단축 타협 여지
통상임금 재산정 노노 양극화…비정규직 처우 먼저 개선
총임금에 기본급 40% 불과…복잡한 임금구조 단순화해야
근로시간 단축은 시대 흐름…기업 부담 없게 '연착륙' 필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해법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사·정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하면서 산업현장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통상임금,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지난 5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열렸다. 고려대 노동대학원과 한국경제신문 좋은일터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대화로 풀자”는 데 동의했지만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다른 사안과 연계해서 협의하자”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하자” 등 다양했다. 통상임금을 대법원 판례대로 산정했을 때 사회보험재정과 노동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처음 소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상임금 문제를 다른 쟁점들과 함께 묶자는 제안이 많이 나왔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 가운데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안들과 묶어서 논의하면 주고받는 게 생기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작은 타협을 먼저 하자”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이 있다”며 “통상임금 문제를 이 문제들과 함께 묶어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늘어나는 기업의 부담은 초과근로수당 인상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 교수는 “실근로시간 단축은 노동계가 우호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하면 타협의 여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노사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안건을 협상 테이블에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민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는 스몰딜(small deal)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작은 타협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전체적인 논의를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최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들었다. 통상임금 재산정이 노노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송으로 받은 돈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경영계가 사회연대기금에 성의를 보이면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을 쉽게 계산해서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접근하면 더 실천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통상임금 논란은 복잡한 임금구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한국은 기본급 비중이 40% 정도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받는 임금 총액과 기본급 간 괴리가 커져 통상임금 문제가 발생한 면이 있다. 나머지 60%의 임금은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이 채운다. 박 교수는 “지금은 근로자가 자기 임금을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거의 전문가 수준이 돼야 한다”며 “이를 단순화하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하되 연착륙을”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좋은일터연구소장은 ‘연착륙’을 강조했다. 윤 소장은 “근로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논의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루아침에 모든 걸 쏟아내면 현장의 기업은 부담이 많으니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하고 있으니 노사의 동의를 얻으면 논의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임금을 대법원 판례대로 재산정했을 때 사회보험료와 근로소득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공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사 쌍방의 부담으로 늘어나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은 3조~5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로 내게 되는 근로소득세도 3조~5조원가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기준 59.7%에서 60.4%로 개선된다”며 “민간 수요와 총수요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할증임금 제도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 전문가 안희탁 규슈산업대 경영학과 교수도 참석해 견해를 밝혔다. 안 교수는 “통상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달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봐야 한다”며 “법원이 ‘일률적’ ‘정기적’이라는 말 때문에 분기나 연 단위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넣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근로기준법은 일본 노동기준법을 거의 원용하다시피 했지만 일본 노동기본법에는 ‘통상임금’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이라고 돼 있다”며 “들여올 때 변질이 돼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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