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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기조 꺾이나] WSJ "日, 흥미진진한 투자처서 두려운 시장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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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 '쑥' 주가는 '뚝'…급기야 선거 쟁점된 '아베노믹스'

기업 설비투자 줄고 소비자 물가는 하락…숨죽였던 야당 공세 전환




지난 3월19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의 마지막 기자회견장.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조기 퇴임하는 그에게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자 “위험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완화로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하겠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아무런 메아리도 없었다. 정권을 빼앗겨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서조차 지원 사격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눈부셨고, 여론의 지지는 단단했다. 분위기는 지난달 말부터 바뀌는 조짐이다. 일본 증시가 10% 이상 밀렸고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봉인됐던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일본이 흥미진진한 시장에서 두려운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일본 야당, 아베노믹스 공세 본격화

가이에다 반리 일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독은 국채 가격 폭락과 장기 금리 상승”이라며 “주식 및 채권시장의 상황이 참의원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를 여권 공세의 주요 소재로 삼겠다는 의도다. 그는 이어 “지난 4월 일본은행이 발표한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이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 ‘나쁜 물가상승’을 야기하고 금리를 급등락시킬 우려가 있다”며 “아베 정부가 ‘2년 내 물가 2% 상승’이라는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징후 나타나는 아베노믹스

그동안 일본 야당이 숨을 죽였던 것도, 이제 와서 칼을 갈기 시작한 것도 원인은 모두 아베노믹스다. 최근 들어 아베노믹스는 곳곳에서 균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엔화 가치 상승세가 대표적. 지난달 중순 달러당 103엔 언저리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3일 90엔대로 복귀했다 다시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목소리로 엔저를 예상했던 시장에서도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드 폰지 바체타캐피털매니지먼트 이사는 “최근까지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주부터 일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앞으로 종전과 같은 국제 사회의 엔저 용인을 얻어내기 힘들 수 있다”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95~97엔대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대와 달리 일본 기업들이 미지근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힘을 빼는 요인이다. 지난 1분기(1~3월) 일본 제조업체의 설비투자액은 총 3조8519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8.3%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2%대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요원하다.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를 기록, 작년 6월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투자자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한 헤지펀드 콘퍼런스에서 뉴욕 포트리스투자그룹의 마이클 노보그래츠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2주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투자하기 두려운 시장’으로 변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에 걸쳐 250억달러를 도쿄 주식시장에 쏟아부었다. 실제 닛케이225지수는 7개월 동안 83%나 치솟았다.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큰돈을 벌자 외국인들은 오랫동안 외면했던 일본 시장에 경쟁적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시장이 하락 반전하면서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닛케이225지수는 불과 8거래일 만에 주가가 15%나 빠졌다. 초기에는 엔저가 현실화되고 주가가 오르면서 두 배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와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손실 규모도 두 배가 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뉴욕=유창재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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