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이달 중 실시할 ‘2014년형 쏘나타 프로모션’ 행사를 문화·콘텐츠 대행업을 하는 중소기업 무한상상에 맡겼다. 이전까지
현대차의 모든 광고, 대외 프로모션 행사는 계열사인 이노션이 전담해왔는데 이를 외부 업체에 개방한 것이다. 무한상상 측은 현대차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덕분에 올해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직원 숫자를 더 늘릴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월 광고와 물류 부문 내부거래를 중소기업에 개방했는데 성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소기업·협력사와의 ‘아름다운 동행’에 부쩍 힘쓰고 있다. 꾸준히 해왔던 상생 노력에 더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내놓고 있다.
○광고·물류 일감 6000억원 개방
자동차회사에서 광고와 물류는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다. 신차의 매력을 소비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차를 적재적소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광고와 물류는 새로 출시하는 신차를 다루는 분야인지라 극도의 보안도 요구된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광고·물류 사업을 계열사들에 맡겨왔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4월17일 광고·물류 일감 중 6000억원 상당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재계가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이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한 내부거래 물량은 올해 그룹 광고 발주 예상금액의 65%인 1200억원, 물류 분야 예상 발주금액의 45%인 4800억원에 이른다. 이번 결정으로 지금까지 이노션이 맡았던 현대차그룹 및 계열사 기업광고, 국내 모터쇼 프로모션, 각종 이벤트 사업권을 중소기업이 따낼 수 있게 됐다.
현대글로비스가 맡고 있는 국내 공장 간 부품운송, 공장 내 자재운송 등의 사업도 중소 물류업체가 배정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상생 약속은 빠르게 지켜지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현대차그룹의 광고·물류 계약액 중 1780억원을 중소기업이 따냈다. 광고 분야에선 40개 중소기업들이 170억원어치의 일감을 경쟁입찰을 통해 얻었다. 물류 분야에서도 1610억원이 중소기업에 돌아갔다. 물류전문회사인 경도물류는
현대위아 안산공장에서
기아차 소하리공장(광명)으로 대형 세단 K9과 미니밴 그랜드카니발의 섀시 및 타이어 모듈을 실어나르는 사업을 따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6000억원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한다는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광고·물류 분야에 이어 건설 분야와 시스템통합(SI) 분야도 외부업체에 경쟁입찰을 부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CEO들이 협력사 경영애로 챙겨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실절적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룹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달부터 1·2차 협력사를 찾아가 상생협력 해법을 찾는 현장 경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2010년부터 각 계열사 경영진들의 협력사 현장 방문을 정례화했다. 올해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건설, 현대엠코,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등 10개사 경영진이 12월18일까지 총 80차례 현장 방문을 하기로 했다. 신종운 현대차 품질담당 부회장이 지난달 16일 첫 현장방문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 최한영 상용차 담당 부회장, 정진행 전략기획담당 사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충호 국내영업본부 사장, 김해진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 등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과 이삼웅 사장도 참여한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 등 나머지 계열사 CEO들도 협력사를 찾는다.
현장방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협력사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문제를 듣고 현장에서 해결책을 논의한다. 2차 협력사를 방문할 때는 1차 협력사 대표, 자동차부품산업 진흥재단 관계자들과 동행한다. 그룹 관계자는 “뛰어난 품질의 완성차를 만들기 위해선 1·2차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CEO들의 현장 방문을 통해 협력사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고 함께 해결하는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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