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은 물론 근속·직무·직급 수당까지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사·정 합의로 해결하자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비웃듯 환노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이 자체 법안부터 들고 나온 것이다. 대법원의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유사 재판이 11건이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야권이 또 성급하게 법부터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한국처럼 급여구조가 복잡하고 임금경직성이 심한 상황에서 통상임금 기준을 무 자르듯 끊어 높인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총에 따르면 정기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도 당장 1년에 8조866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자동차, 조선 등 인건비 부담이 큰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초과근로수당이 급증하고 퇴직금까지 확 늘어난다. 이는 대외경쟁력과도 직결돼 산업계 전체가 초비상이다. 산업계만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인건비도 문제다. 국민의 세금에서 엄청난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통상임금 문제는 두 갈래로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줄소송 사태로 이어지는 과거 3년치(임금채권 시효) 소급적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문제를 중요사안으로 보고 판례변경을 염두에 둔 전원합의체 안건으로 처리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다는 사실을 대법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법원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통상임금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 여당은 노사정위에서 가닥잡자는 방안을 세웠다. 새누리당이 사업장별 실태조사부터 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노동전문가들은 여야 간 견해차, 노동계까지 이해가 얽힌 점을 들어 법 개정이 아니라 대통령령에 담아 아예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게끔 하자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어떻든 민주당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법률안을 먼저 내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노동계의 기대치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민주당은 오로지 문제의 판만 크게 벌이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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