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대니얼 샤피로 지음 /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88쪽 / 1만5000원
궁지에 몰린 것 같은 북한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여겨진 ‘6자회담’을 부활시키려 한다. 몇 달간 핵무기와 미사일로 긴장 국면을 만들다가 남한이 아닌 중국,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전술은 어디에서 나올까.
하버드대 협상연구소의 대니얼 샤피로와 로저 피셔가 쓴《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는 북한의 협상 전략을 분석한 책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협상 전략을 구사하는북한이 혹시 상대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북한의 협상 전략이 비록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대표적인 사례처럼 보인다.
상대로부터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로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을 들 수 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사진)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 협상을 위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했다. 그러나 둘 간의 평화 협상은 13일 동안 제자리였다. 카터는 상대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스라엘 총리의 손자들이 카터 대통령의 사인을 받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 카터는 즉시 자신의 사진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쓴 후 친필 사인을 해서 베긴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른바 ‘세기의 협상’이라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체결된 배경에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적국에 피해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 협상 당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 북·미, 북·중 간의 수많은 협상에서 ‘벼랑끝 전술’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많이도 가져갔다. 거의 테러리스트 수준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 것이다. 때론 이런 인식이 북한과의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어차피 북한은 그런 식이라는 통념은 북한의 협상 형태를 무시하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상대를 인정하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상대의 견해를 이해하고, 상대와 나의 생각, 느낌, 행동에서 장점을 찾아야 한다. 서로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이해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상대가 느끼는 주저함이나 거부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책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는 협상의 핵심은 간단하다. ‘상대에 대한 인정’ ‘친밀감의 강화’ ‘결정을 내릴 자율성의 존중’ ‘지위 경쟁의 금지’ ‘성취감을 주는 역할 수행’이다.
이런 원칙을 남북한의 협상에 적용해 보자. 남북한의 협상에서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친밀감을 강화하려 노력하며, 협상 관계자들은 결정을 내릴 자율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상대방의 지위를 충분히 인정하는가. 협상이 성취감을 주는 역할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왜 남북 협상에 소모적이며 부정적인 감정만이 남는지 알 수 있다. 감정은 흔들었지만 서로 얻는 것이 없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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