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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협상이 北核저지 최선책"…'한반도 프로세스'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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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0) 박근혜정부와 북한 핵의 도전

美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협상력 높이려고 核에 집착
北의 핵무기 보유는 동북아 核도미노 확산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신뢰 바탕 '대화의 장' 이끌어야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공인받은 나라는 세계 여덟개 국가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 등 5개국과 NPT에 가입하지 않고서 핵무기를 가졌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자기들이 핵을 가진 아홉 번째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선포하기도 했죠.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는 세 가지 측면에서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제법적으로 NPT에 가입했는가입니다. 북한은 가입하지 않았으니 국제법적으로 핵보유국은 아닙니다. 두 번째로는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정치·외교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 등 주변국과 협상 위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다들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까지도요. 마지막으로는 이스라엘처럼 기술적으로 핵보유국이냐입니다. 이 부분에선 상당히 근접했다고 보여집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열 번째 시간.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 실험, 개성공단 중단 등 박근혜정부의 주요 현안인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강의를 풀어나갔다.

○“북한은 실질적인 핵 보유국”

“핵탄두의 원료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을 많게는 65㎏가량 확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핵탄두 하나에 6㎏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 열 개가량의 핵탄두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2007년 6자회담에서 플로토늄 핵시설 폐기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을 국제 원자력기구 사찰반이 보는 앞에서 봉인했고, 원자로 냉각탑을 파괴시켰죠. 그 이후로 플루토늄 제조를 재시작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우라늄입니다.”

15년간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핵연구소 소장을 지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의 초청을 받고 네 번 방북했다. 2011년 12월 방북에서 헤커 소장은 저농축 우라늄 시설을 보고 왔다. 그는 당시 “북한이 전력용으로 만들었다고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우라늄으로 핵탄두 원료를 만드는 시설이었다”며 “1년에 우라늄 핵폭탄 한 개가량은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우라늄 핵시설은 대학 강의실 두세 개 크기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헤커 소장에게 보여준 시설이 몇 개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지난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끝내고선 핵무기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했죠. 핵무기 종류가 플루토늄과 우라늄밖에 없기 때문에 다종화라고 하면 둘 다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최근에도 북한 노동신문은 ‘3차 핵실험이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가 갖는 의미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3차 핵실험을 통해 다종화 외에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기술도 일정 정도 진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공격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핵 집착 이유”

“북한은 핵탄두의 운반 수단인 미사일도 어느 정도 갖췄습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을 정도의 경량화에도 성공했다고 하면, 이제 실질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아직 그 수준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핵무기에 연연할까요. 우선 핵무기를 보는 북한과 미국의 시각이 다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은 8600여개로 북한보다 월등히 많지만, 몇 개만으로도 최소한의 억지력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이유는 전통적인 형태의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려는 목적이다.

“작년 한국의 국방비가 32조원이었습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33조원 정도니까 한국 국방비와 북한 전체 경제 규모가 비슷합니다. 한국은 이지스함을 비롯해 첨단 장비들을 계속 갖추는 반면, 북한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까칠한 수단인 핵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죠.”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과 함께,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도 핵 보유의 이유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회담 주체간 신뢰 높이는 정책이 필요”

“북한이 핵을 갖는다는 것은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북한은 특히 미국과 협상할 때 항상 마지막 카드를 숨겨놓습니다. 미국을 믿지 못해서죠. 언제든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자기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플루토늄 시설을 파괴할 때도 우라늄 시설은 숨겨뒀던 겁니다.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죠.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을 속임수라고 봅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 북한은 보험이라고 하고, 미국은 속임수라고 보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한 것은 이런 보험과 속임수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북한이 핵을 가질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동북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에 나설 수 있고, 중국도 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45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이 제3국이나 국제 테러 조직에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당장은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없더라도, 핵무기가 제3의 지역으로 반출돼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겁니다. 게다가 이란이나 시리아 등으로 반출되면 이스라엘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길”

북한의 핵공격에 대처하는 정부의 수단으로는 우선 ‘킬 체인’으로 불리는 선제 타격이 꼽힌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킬 체인은 ①표적 탐지 ②좌표 식별 ③공격 결심 ④발사타격 순으로 진행된다.

“선제 타격은 북한이 핵무기 공격 징후를 보이면 즉시 출격해서 핵시설을 파괴하는 겁니다. 단점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만 해도 200개가 넘습니다. 장거리 스커드 미사일도 다 숨겨놨기 때문에 우리는 일부만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핵시설을 불능화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력을 갖추고 있느냐도 의문점이죠. 더 큰 문제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핵무기 보유도 방어 수단 중 하나다. 1991년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독자적인 핵 무장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핵 보유는 한·미 동맹을 재조정해야 하는 데다, 핵 도미노 현상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은 각종 제재를 통해 북한의 체제 자체를 바꾸자는 겁니다. 미국이 주로 주장하는 것이죠. 이명박정부도 아프가니스탄이 국제 제재로 무너지는 걸 보고 북한에 강하게 대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은 건 북한의 특성이 아프가니스탄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외부 압력이 강해질수록 군(軍)이 강해지고, 당(黨)은 약해집니다. 김씨 일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황이 어려울수록 군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 결과 체제가 더 공고해집니다. 최근 개성공단에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온 다음 공단 폐쇄 발표가 난 것을 보고, 저는 군부 세력이 굉장히 커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개성 지역은 개성공단이 세워지기 전에 군 핵심 전력인 기계화사단이 자리 잡고 있었을 정도로 엄청난 요충지기 때문에 군부가 계속 반대하고 있었거든요. 국제 공조와 제재를 통해 북한을 바꾼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북 정책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게 문 교수의 결론이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의 공조가 우선 필수적입니다. 또 국내에서도 정부는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6자 회담을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체로 발전시키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런 전제 조건 또는 제약들이 있긴 하지만 협상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도 대화를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협상의 전제 조건은 신뢰 구축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및 동북아 신뢰 프로세스에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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