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동부그룹은 경기 화성에 토마토 재배용으로 지은 동양 최대 규모의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동부 제품에 대한 대규모 불매 운동으로 맞선 농민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국내 농가에서 생산하는 토마토와는 전혀 다른 품종을 재배해 전량 수출하겠다는 설득은 먹혀들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동부는 유리온실에서 키운 토마토의 30% 이상을 폐기 처분하고 있다.
사업 철수를 선언한 뒤 이미 다 키운 토마토마저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해서다. 버리는 것보다 기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지만 이마저 농민들 눈치 보느라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하루 1만2000개 이상의 토마토를 버리고 있다.
정부, 국회와도 머리를 맞대봤지만 소용없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실 주최로 지난 23일 열린 토론회는 계속 겉돌기만 했다. “동부가 계속 유리온실 사업을 하는 게 국내 농가가 받는 피해가 가장 적다”는 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의견이었다. 동부는 이미 10만5000㎡에 달하는 유리온실을 팔겠다고 했지만 살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10여개 인수 후보 업체는 “국내에도 토마토를 팔 수 있도록 하고 토마토 외에 다른 작물도 키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자금 사정이 나은 농협중앙회는 단위조합과 농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국내 생산량의 0.5%가량인 토마토 수출량을 늘리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농업 세계화’의 꿈에선 더욱 멀어져 가는 형국이다.
화성=정인설/김유미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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