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대 추정 차명재산
편법증여 등 전방위 수사
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이재현 회장의 소득세 탈세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 자녀들에 대한 편법증여 등의 의혹과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모두 들여다본다는 방침이어서 수사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CJ본사 등과 서울지방경찰청) 압수수색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소득세 탈세 의혹으로 조사 방향을 잡고 있다”며 “탈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2008~2009년 세무조사 자료와 CJ 측에서 가져온 압수물 분석,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우선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재현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차명재산이다. 5년 전 국세청 세무조사와 재판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임이 밝혀졌고, 이 회장이 상속세로 1700억원을 자진 납부했지만 4000억~6000억원대로 추정될 뿐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이 회장이 차명재산의 일부인 수백억원대 무기명 채권을 현금화해 두 자녀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세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차명재산의 존재를 확인하고서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대목과 관련해선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에 대한 로비수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차장은 “국세청 고발이 없어도 탈세액수에 따라 조세범처벌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거둔 뒤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CJ 측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9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고팔아 6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외에서 고가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과 관련, 서미갤러리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CJ그룹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고가미술품 1422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고가미술품이 보관된 서울 필동의 CJ인재원이 포함된 이유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의 서미갤러리 탈세 고발 사건과 연계 여부에 대해 검찰은 “필요할 경우 CJ 비자금 의혹과 같이 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이재현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을 비롯해 그룹 전·현직 임직원 7~8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그룹 자금·회계 실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압수물 분석이 일단락되는 대로 비자금 조성·관리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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