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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5000억 후순위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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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실패시 손실 먼저 부담


정부가 만드는 ‘성장사다리펀드’는 창업단계, 성장단계, 회수·재도전단계 등 중소기업의 3단계 성장단계에 맞춰 필요자금을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각각 4~5가지 펀드를 조성해 돈가뭄을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벤처·중소기업들이 돈가뭄을 겪는 이유는, 담보를 받고 돈을 내주는 대출 위주 자금공급 구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모두 466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 99%를 ‘융자’가 차지한다. 주식 및 회사채는 7000억원, 벤처 투자는 5조원에 그쳤다.

기업을 시작하면 사업이 일정 궤도에 이를 때까지 돈이 필요한데 창업자가 자기 집을 잡히든지 보증을 서든지 하지 않고 사업성만으로 투자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구조다. 벤처캐피탈도 창업 3년 이하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10%(프로젝트 투자 제외시)에 불과하다.

◆M&A로 ‘대박’내는 벤처 늘어날까

정부는 창업단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드는 펀드 중 ‘기본형’은 ‘스타트업 펀드’다. 창업기업과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의 자금수요를 통합적으로 장기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창업 후 10년이 될 때까지 여러 투자자를 전전할 필요 없이 한 펀드에서 계속 돈을 대겠다는 것이다.

또 엔젤 투자자와 매칭펀드 형태로 돈을 대는 ‘엔젤 공동투자 펀드’,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아 기업에 자금을 대는 ‘크라우드펀딩 공동투자 펀드’도 있다. 초기에 실패하는 기업의 잔여 자산을 인수해 재기를 돕는 ‘창업자산 활용 펀드(초기 실패기업 M&A펀드)’도 구성한다.

정부가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성장단계 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들이다. 미국에서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인수합병(M&A)으로 돈을 번다. 20대 청년이 몇조원대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대개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사진공유 프로그램 개발회사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하고, 야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텀블러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사들인 게 그런 사례다.

정부는 창업 기업이 좋은 기술을 갖고도 사업화에 실패하고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기기만 하는 것이 M&A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탓이라고 보고 있다. 또 중소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채권·특허·상표권 등을 유동화해 돈을 마련하기 쉽도록 구조화금융, 자산기반 금융 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기업 분할, 성장 지원, 프로젝트 사업화 등 용도별 펀드도 만든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기업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세컨더리 펀드’는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목적인 회수 전용 펀드다. 현재 창업투자법 등에서는 창투조합 등이 투자자 지분 인수를 금지하고 있어 회수가 쉽지 않은데 이를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소액투자자들이 돈을 찾기가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업이 부진하거나 실패한 회사들을 위한 ‘재도전 금융’과 중소기업 전용 주식거래시장인 코넥스(KONEX) 시장을 위한 펀드도 조성한다.

◆정책금융기관이 손실 흡수

성장사다리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실패할 경우 정책금융기관이 손실을 먼저 부담하도록’ 펀드를 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올해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청년창업재단이 모두 6000억원을 펀드 재원으로 낼 텐데 이 중 1500억원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렇게 되면 펀드에 돈을 태우는 민간 투자자들은 실패할 경우 일정부분은 정책금융기관이 먼저 손실을 볼 테니 리스크로 인한 부담을 훨씬 덜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예컨대 이 펀드가 총 100억원을 여러 벤처기업에 나눠 투자했다가 일부 기업의 실패로 20억원(20%) 손실을 본다고 가정하자. 이 펀드가 정책금융기관이 10% 손실을 우선부담(후순위 투자)키로 했다면, 나머지 민간 투자자들은 총 20% 손실 가운데 절반만 실제로 부담하면 된다. 대신 ‘대박’이 나면 그로 인한 이익은 후순위 투자자가 먼저 누린다. 정책금융기관은 고위험 고수익, 민간 투자자는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도록 설계하는 셈이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도 감당키 어려운 부담은 아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후순위 투자 규모가 1500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손실이 무제한 커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이 이미 벤처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직전 등 특정 시기에만 돈이 쏠리는 문제가 있었다”며 “성장사다리펀드는 각 펀드별로 1개의 무한책임사원(GP)을 선정해서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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