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이어 LG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화답하는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의 첫 간담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이 언급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공계 인재 육성'을 골자로 한 방안이다.
LG는 20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및 미래 융복합 기술 투자 확대를 통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등 3개 분야에서는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거래 물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추진 중인 융복합 기술연구소 'LG 사이언스 파크'는 8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쟁입찰 참여를 늘리고 다양한 사업간 융복합 연구를 확대해 시장을 창출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창조경제 토대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계열사 간 거래 줄이고 중소기업에 기회 개방
우선 기존에 계열사 간 거래 물량이 많았던 SI, 광고, 건설 분야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개방을 추진한다. 연간 4000억원 가량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그룹 내 SI사업을 담당하는 LG CNS는 지난 해 3조2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1조원 가량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LG CNS가 발주할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이중 50%는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50%는 경쟁입찰을 실시할 계획으로, 기존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에 영향을 주는 영역은 제외된다.
광고(HS애드)와 건설(서브원)은 각각 1000억원, 700억원 규모를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건설의 경우 10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는 중소 건설업체에 직접 발주하고, 보안이슈가 크지 않은 공사를 경쟁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이들 3개 분야 계열사간 거래 물량에 대해 중소기업이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실천해 왔다"며 "이번에 그 대상 규모를 확대해 구체적으로 실행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LG의 계열거래 축소 및 중소기업 참여 확대 방침에 따라
LG전자가 발주한 약 20억원 규모의 스마트 디바이스용 앱인 'LG 스마트 월드'의 운영 서비스를 중소업체 네오사이언이 수주했다.
지난해부터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는 계열사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 융복합 연구단지 확대‥동반성장도 함께 실현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건설할 'LG사이언스 파크'에는 8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당초 LG는 이곳에 2조4000억원을 들여 13만여㎡(약 4만평) 규모의 융복합 연구 단지를 세울 계획이었다. 구 회장이 강조해온 미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선도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곳을 17만여㎡(약 5만3천평)규모로 키우고, 투자금액도 총 3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달중에 서울시에 마곡산업단지 내 4만여㎡(약 1만3000평) 부지를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입주 계열사는 기존 6개사에서 11개사로 확대되고, 근무하게 될 연구개발(R&D)인력도 2만여명에서 3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분양받은 1차 부지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명과학 등 6개사가 들어선다. 이번에 신청하는 2차 부지에는 LG유플러스 등 5개사의 R&D 부문이 입주할 예정이다.
LG 사이언스 파크는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가 2017년부터 단계별로 준공, 2020년에 최종 완공된다.
LG는 사이언스 파크를 그룹 연구단지 만이 아닌 동반성장을 실현할 거점으로도 육성할 계획이다. 중소·벤처 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R&D 컨설팅을 위한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과정을 운영해 '미래 IT 융합 기술'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고 채용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국내외에서 공부한 우수한 인재들이 걱정없이 일할수 있도록 외국기업에 비해 손색없는 연구시설을 갖추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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