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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감추는 자산가들…금괴·대여금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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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강화되는 금융정보분석원

FIU 역할 강화에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 영향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탈세 대응 능력 강화는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과 맞물리면서 거액 자산가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현금을 찾아 금괴를 사두거나 은행 대여금고와 장롱 속에 보관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범죄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도 거래내역과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이 최근 꾸준히 현금을 인출하고 있다”며 “나중에 예금계좌에 다시 넣어 세원이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며 돈을 빼놓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여금고를 큰 것으로 바꿔 달라는 고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대여금고 크기는 가로 15.6㎝, 세로 60㎝, 높이 7.5㎝다. 여기를 5만원권으로 채울 경우 3억원 정도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보관하려는 현금이 증가하다 보니 대여금고 크기를 늘리려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에 두고 관리하는 개인용 금고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국내 금(金) 시장이 이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 생산 및 도소매업체인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의 골드바 매출은 작년 12월 5억600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40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 김안모 사장은 “2002년부터 금 도소매 시장에서 일했지만 지금과 같은 열풍은 처음”이라며 “거액 자산가들은 한 번에 1㎏ 이상씩 수천만원, 수억원 단위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시중 금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팔고 있는 10g짜리 골드바 가격은 59만570원이다. 이에 비해 수요와 공급이 즉각 반영되는 현물시장인 종로에선 62만~6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약세인 점을 감안해 쌀 때 미리 사두자는 수요와 신분노출을 꺼린 자산가들의 수요가 맞물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계좌이체를 하거나 통장 입·출금 때 금액을 줄여 여러 번 거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액현금거래(CTR)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금융회사들이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FIU에 보고하기 때문에, 1999만원씩 돈을 이체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FIU 관계자는 “CTR 기록을 피하려고 2000만원 이하로 끊어서 거래하는 행위가 오히려 탈세 등 의심거래보고(STR)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고객들은 금융회사 직원에게 ‘비밀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의 한 관계자는 “불법이 아닌 행위는 당연히 비밀을 보장하지만, 명백한 불법행위일 경우에는 비밀 보장이 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징계 등을 받을 수 있고 추후 내부 감사 등에서 자기 자신을 먼저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가급적 FIU에 보고해서 책임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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