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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서 아이돌 쇼…4만명 몰리는 '그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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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골프장 - 경기 파주 서원밸리CC

해외 관광객까지 방문…지역경제 활성화 '한몫'
'모두의 골프장' 이미지로



‘짜장면 시키신 분~.’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CC에는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이 되면 골프장 안으로 음식 배달이 줄을 잇는다. 피자, 치킨, 짜장면 등 음식 배달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택시기사들은 광탄읍에서 골프장까지 손님들을 실어나르느라 점심도 거르기 일쑤다. 2000년부터 서원밸리에서 시작한 그린콘서트가 만들어낸 ‘신(新)풍속도’다.

4만명이 몰려드는 그린콘서트로 인해 골프장 주변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골프장 앞 곳곳에 ‘그린콘서트 환영 현수막’까지 내걸 정도다. 전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인근 숙박시설은 동이 나고 아예 캠핑을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어떤 여행사는 일본과 중국에서 그린콘서트 관람객을 모집해 데려오기도 한다.

그린콘서트 성공 사례는 지난해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거론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행사장을 찾아온다. 저녁에 시작되는 그린콘서트 공연 출연진을 보면 깜짝 놀란다. 걸스데이, 에일리, 빅스(Vixx), 스윗소로우 등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기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을 부르려면 수억원의 초청료를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그룹 ‘틴탑’은 4억원의 출연료을 보장한 일본 공연을 취소하고 그린콘서트에 참석하기로 했다. 여기에 중장년층 관람객을 위한 가수 DJ DOC, 김태우, 박학기, 구창모 등이 나오고 개그우먼 박미선과 송은이 등도 출연한다. 이들은 단 한푼의 출연료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많은 인기 연예인들이 무료로 출연하게 된 배경은 서원밸리가 오랜 기간 연예기획사와 유대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기업 후원이나 상업적인 광고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식음료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나눔행사’라는 점도 이들을 움직였다. 서원밸리의 그린콘서트를 몇 군데 골프장에서 흉내내려고 했으나 유명 가수들을 섭외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2000년 고작 1500명이 모였던 그린콘서트는 지난해 3만8000명이 다녀가 지금까지 총 16만5740명이 방문했다. 올해엔 누적 관객이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원밸리는 4000대가 넘는 차량의 주차를 위해 9개홀의 페어웨이를 주차장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벙커는 씨름장으로 변하고 코스 곳곳에서는 장타와 어프로치샷 대회, 연날리기 등이 벌어진다. 공연은 밸리코스 1번홀에서 이뤄진다.

서원밸리는 골프장으로서는 최고의 매출이 보장되는 행사 당일인 토요일 하루 영업을 안 한다. 1억5000만원의 매출을 포기하는 데다 직원들은 쉬지도 못한다.

그린콘서트를 처음부터 기획한 이종현 레저신문 국장은 “너무 힘들어 지난해까지만 하고 중단하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많은 골퍼들은 5월이 되면 당연히 그린콘서트가 열리는 줄 안다. 어린이들이 하루라도 골프장에서 마음껏 뛰놀도록 하자는 소박한 마음에 시작한 행사가 너무 커져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서원밸리는 올해부터 골프장 개방을 연중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클럽하우스를 누구나 연회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원웨딩클럽’을 통해 골프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원하는 신혼부부들에게 ‘맞춤 결혼식’을 해주고 있다. 이어 돌잔치, 회갑연, 세미나 등도 클럽하우스 또는 야외잔디에서 이용토록 했다. 서원밸리는 ‘그들만의 놀이터’로 인식되던 골프장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고 있다.

파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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