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현관에는 ‘열렬환영’이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날 양재동 본사를 방문하기로 한 ‘중국 손님’들을 반기는 내용이다. 중국 내 우수 딜러와 현지 택시회사 등 현대차를 구입하는 고객사 대표 40여명은 지난 14일 사흘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양재동 본사에 들러 현대·기아차 임원들과 중국 내 판매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어서 현대차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손님’이다.
그런데 중국 딜러와 고객사 대표들은 현대차 사옥에 한발짝도 들이지 못했다. 노조 탓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비정규직 노조들은 이날 오후부터 양재사옥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대차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노조 외에 조선업종 비정규직 노조 등 현대차와 관계없는 금속노조 산하 노조원 1000여명이 몰려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가 열린다는 소식에 현대차는 중국 딜러와 고객사 대표들의 방문 일정을 공장·연구소 견학으로 급하게 바꿨다. 금속노조 시위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서다. 현대차 중국사업본부 임원은 “중국 딜러와 고객사 대표는 우리 입장에선 정말 중요한 손님들”이라며 “해외에서 손님이 왔는데 노조 시위 때문에 안방에도 못 들이게 됐다”고 답답해했다.
현대차가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10주째 주말특근을 거부하면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가 한 달 가까이 본사 앞을 사실상 점거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중순부터 현대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내 하도급 근로의 경우 근무형태가 다양해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 힘들다”며 “협상안을 내놨는데도 무조건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건 생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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