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중심서 유럽 급부상
명작 재해석 사례 늘면서 한국·브라질 등도 약진
영화, TV드라마, 뮤지컬 중 단일 작품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나 TV시트콤 ‘프렌즈’ 등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다. 부동의 1위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다. 이 작품 하나로만 5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아바타가 올린 매출(27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뮤지컬이 제3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뮤지컬의 첫 전성기는 전설적인 작품인 ‘남태평양’이 공연되던 1940년대다. 다음 부흥기는 1980년대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매킨토시 등의 제작자들이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 등 스케일이 큰 뮤지컬을 처음 선보였을 때다. 최근 뮤지컬은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시장이 다양화되고 새롭고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생겨난데다 예전의 명작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뮤지컬을 즐기는 국가나 관람객 층이 다양해졌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등의 뮤지컬 거리로 유명한 미국, 영국 시장이 제일 크지만 독일 등 유럽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2011년 뮤지컬 시장 규모는 6억달러로 미국(19억달러)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또 최근 각국 배우들이 미국과 영국 제품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20억명의 중국과 인도에서도 대형 뮤지컬 극장 수가 많아지고 있다”며 “5년쯤 후에는 수익성 높은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예전엔 미국과 영국뿐이었던 대형 뮤지컬 제작 국가 수도 늘고 있다. 1980년대 히트했던 뮤지컬 ‘드림걸스’는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뒤 미국 브로드웨이로 넘어가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은 자신의 영화 ‘록키’의 뮤지컬을 미국이 아닌 유럽 기획사와 만들고 있다.
시장이 커지니 할리우드의 대형 기획사들도 뮤지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유니버셜스튜디오는 뮤지컬 ‘위크드’로 3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워너브러더스도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도 점점 ‘블록버스터’급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막을 올린 ‘스파이더맨-턴오프더다크’의 제작비용은 6000만달러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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