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격급락 경고 빗나가 … "지금은 투자할 때" 말바꿔
<비관론자들 : 빌 그로스·릭 라이더>
올초 미국 국채의 상승세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채권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미국 국채의 랠리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창업자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초 △미국 국채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데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국채 가격 급락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올초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말 1.78%에 머물던 미국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3월 2%를 넘어섰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대전환(great rotation)’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올초 개선되던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지난달부터 엇갈린 양상을 보이면서 놀란 투자자들이 국채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제조업지수와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일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인 1.74%로 다시 떨어졌다. 4%를 웃돌던 2010년 초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특히 Fed가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3차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 랠리에 힘을 보탰다.
투자회사 더블라인의 제프리 건들락 CIO는 “Fed가 3차 양적완화를 중단하기에는 경제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국채 가격 급락을 전망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에 그로스도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발(發) 채권시장 거품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계속해서 빨라질 것”이라며 “이에 Fed가 갑자기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채권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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