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터키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흑해 연안 시노프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공사로 사업비만 약 23조원에 이른다. 일본으로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서 원전 수출에 다시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우리는 지난 3년간 공을 들였던 터키 원전 사업권을 일본에 넘겨준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때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건지 의문이다. 그동안 일본이 수주할 것이라는 외신 전망이 잇달았음에도 정부는 “터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는 온갖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당장 수주 조건을 들먹이는 것만 해도 그렇다. UAE 원전과 달리 정부 보증도 없이 발전소를 먼저 건설한 뒤 전기를 판매해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는 등 터키 원전 투자 매력이 대단히 낮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굳이 터키 원전에 목매달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아니 그렇다면 일본은 정신 나갔다고 그런 악조건의 터키 원전 사업권을 따냈다는 건가. 오히려 일본은 우리가 터키와의 정부 간 협약체결에 실패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민관 합동으로 달려들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반면 우리는 어렵사리 협상을 재개해 놓고도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다.
정부가 일본의 우수한 금융조건에 밀렸다고 둘러대는 것도 구차하게 들린다. 국제 원전 입찰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일반화된 건 상식이다.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우리는 선진국들의 거센 PF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응 카드도 준비했어야 했다. 그동안 PF를 지원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정부가 언제까지 뒷북이나 칠 건지.
원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UAE 사례 이후 한국 견제도 노골화되고 있다. 발주 조건 또한 까다로워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앞으로 터키 사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수주 조건만 탓하다간 백전백패하기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수주 전략을 찾아야 한다. 설명이 길어지면 핑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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