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긴축 vs 재정 확대 '경제학 논쟁'서 너무 나갔나?
"케인스, 동성애·자녀 없어…미래세대 배려않는 이론 펴"
공개 비하 강연 파문에 "멍청한 발언이었다" 사과
“케인스는 동성애자이고 자녀도 없었기 때문에 세상일에 무관심했다.”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48)가 영국의 대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를 공개적으로 비하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퍼거슨 교수는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린 한 투자회의에서 케인스이론에 관한 질문을 받은 뒤 “‘케인스주의’는 동성애의 산물”이라고 돌발 발언을 했다.
케인스는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자다. 인간은 모두 개인의 사리사욕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이기적인 습성이 있기 때문에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퍼거슨 교수는 정부의 즉각적인 긴축이 경기침체 극복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긴축주의자(austerian)’다. BI는 “서로 다른 경제학 이론의 간극이 이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퍼거슨 교수는 500여명의 청중이 모인 자리에 특별강연자로 나서 “기존 자유방임주의를 뒤엎는 케인스주의는 미래 세대에 무관심한 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인스가 이기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인 데다 출산에 관심도 없는 러시아 발레리나와 결혼해 시나 읊으며 살았고, 자녀도 없는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청중은 순식간에 침묵했다고 BI는 전했다. 퍼거슨의 케인스 비하 발언은 투자전문잡지 파이낸셜어드바이저의 편집장 톰 코스티겐의 보도로 알려진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퍼거슨 교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신봉하고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역사학자 출신 경제학자로 ‘금융의 지배’ ‘시빌라이제이션’ 등의 저서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쇠락하는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 부담을 문제 삼아왔다.
퍼거슨 교수와 케인스학파는 오랜 앙숙이다. 퍼거슨은 ‘케인스학파’의 대표적인 석학 폴 크루그먼과의 ‘맞짱 토론’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10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케인스주의자들은 시대착오자들”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경기 부양과 긴축의 대립 구도는 논점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경기 부양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경제사학적으로 답이 나온 문제”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정부 경제정책을 놓고도 케인스학파와 대립했다. 미국 불황 해결책에 대해 크루그먼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이 해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퍼거슨은 정부 부양 정책은 빚만 늘릴 뿐 성장이 영원히 정체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던 퍼거슨 교수는 비난이 거세지자 4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정말 멍청하고 무신경한 발언이었다”며 “그의 사생활과 경제 이론과는 아무 상관관계도 없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또 “(아이가 없던 것이 아니라) 케인스의 아내가 유산한 사실도 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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