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부패교과서 '경찰 청렴 가이드북' 발간
“경찰이 수사하면서 알게 된 기업 내부정보로 주식을 사도 될까” 정답은 X. 수사 대상인 건설업체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주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료 직원들과 함께 해당 업체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 경찰 행동강령에 위배된다.
경매 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채무가액에 비해 현재 채무가 수천만원 이상 줄어든 부동산을 자신의 부인에게 대리입찰토록 해 차액을 남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일종의 ‘반부패 교과서’인 ≪경찰 청렴 가이드북≫을 1일 발간했다.
경찰의 도덕·청렴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내부 규정을 참고해 왔으나 경찰 업무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부 평가를 고려, 경찰 최초로 별도의 청렴 관련 내규를 마련한 것이다.
가이드북에는 △대가 없이 “잘 봐달라”고 하는 것은 청탁인지 호의인지 △공무출장 중 적립한 항송사 마일리지는 써도 되는지 △국회의원을 통한 인사 청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31개 유형의 사례와 모범답안이 담겼다.
오락실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내보이며 “고향친구니 잘 부탁한다”며 무마하려는 행위도 청탁으로 간주했다. 동료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두고 “잘 부탁한다”고 선처를 부탁하는 것도 대가 여부와 상관없이 행동강령 위반으로 규정했다.
성수기에 산하 단체 직원에게 “전망 좋은 콘도를 예약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콘도 요금을 자신이 부담하더라도 위반 행위로 봤다. 경조사비는 5만원을 적정선으로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북은 경찰중앙학교 등 경찰 교육기관에서 청렴교육용 자료로 활용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물이 1%만 오염돼도 99%의 나머지 물을 마실 수 없다”며 “소수의 비윤리적인 경찰들의 부패가 경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직결된다”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6월 말까지 총경급 이상 고위 간부 500여명을 상대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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