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파격적인 인사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행원 공채에서 금융권 최초로 서류전형을 없애기로 했다. 수만명의 응시자를 선별할 방법으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필기시험을 고민 중이다.
또
기업은행은 고졸 채용의 문을 공업계와 농업계로 확대한다. 공고생은 공단 지점에, 농고생은 농촌 지점에 보내 맞춤 서비스를 한다는 발상이다.
○국민銀 “2만명 이상 몰릴 듯”
국민은행 관계자는 28일 “오는 7월 시작하는 하반기 공채에서 서류전형 없이 지원자 모두가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력과 스펙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금융권에서 서류전형 폐지는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으로선 지난해 채용시 입사지원서에 보유자격증 수상경력 해외연수 등 이른바 ‘스펙’ 기재 코너를 없앤 데 이은 두 번째 인사실험이다.
서류전형 폐지는 학력과 학점, 영어 성적, 각종 자격증이 아닌 열정이나 창의력 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지원자가 2만명에 달한다는 이유 등으로 ‘스펙’만 보고 대다수를 탈락시켰다. 이 때문에 매년 서류전형 통과자는 지원자의 5%인 1000여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서류전형에만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이 줄을 이었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원자들의 시험을 위해 체육관이나 대학교 건물을 빌리고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바일용 웹사이트에 접속해 수험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푸는 식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검색을 하면 답안지를 시간 내 채우기 힘들 정도로 문제 수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지원자를 위한 보완책도 준비 중이다.
○기업銀 “공단·농촌에 배치”
2011년 15년 만에 처음으로 상업계 특성화고 출신 행원을 뽑아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기업은행은 공업계와 농업계로 채용 대상을 확대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특성화고 출신 110명을 선발한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은 그간 상업계 특성화고로만 채용대상을 제한해 왔다. 상고의 교과과정이 은행 실무와 더 밀접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온 관행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역발상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거래가 많은 은행 특성상 공고 출신 행원의 장점이 많을 것”이라며 “공업계 출신은 공단지역 지점에, 농업계 출신은 농촌지역에 배치한다면 고객 서비스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은행은 공고 출신 행원들이 은행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졸업 전 영업점 실습과 사이버 연수를 통한 자격증 취득 등을 도울 계획이다. 고졸 행원들의 초임 연봉은 2800만원 수준이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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