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4개월 늦춰…8개銀 합의
▶마켓인사이트 4월25일 오후 4시2분
앞으로 건설회사 등 대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 이들 회사에서 받은 어음(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중소 협력업체들의 채무 상환이 4개월간 연장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기업에서 납품대금 대신 받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 대출)을 갚지 못해 줄도산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산업 대구 등 8개 주요 은행은 대기업의 워크아웃 추진에 따른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B2B 대출 상환을 최대 4개월 유예해주는 안에 최근 합의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방안을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빚 상환을 연장해주는 대상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에 납품해온 중소 협력업체다. 대기업이 납품대금 대신 주는 어음을 받아 B2B 대출을 받은 경우 채무 상환을 유예받게 된다. 다만 B2B 대출 이외 연체 채무가 있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들은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최대 4개월 동안 빚 독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원청 대기업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지원 방안이 나오는 시점까지 협력업체들의 채무 상환 압박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다. B2B 대출 상환 유예는 최근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1400개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이날 전북 군산에서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나 “중소 협력업체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작년 말부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준비해 왔다.
B2B 대출은 당초 중소기업 부도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대기업이 사실상 협력업체에 채무를 떠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대기업은 원칙적으로 전자어음 형식으로 발행한 어음에 대해 상환 의무가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에는 B2B 대출을 받은 협력업체들이 법적으로 상환 책임을 진다. 어음을 발행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연체 기록만 남은 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그동안 건설사 등 대기업이 사실상 전자어음이지만 채무 상환 의무는 협력업체들에 있는 외상매출채권 발행을 남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초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B2B 대출 부작용에 따른 영세 중소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 우려가 더 커졌다. 쌍용건설과 STX조선해양으로부터 어음을 받아 B2B 대출을 받은 하청업체는 각각 800여곳, 14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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