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5일 속보치 발표…기재부와 경기 논쟁 재점화
한은 "경기 회복세" 기재부 "上高下低 가능성"
정부 지출·건설 투자 늘어…체감경기와 괴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각각 2.3%와 2.6%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0.9%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11일 금리 동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내수와 투자가 워낙 나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23일 채권시장에는 1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채권가격(금리)이 강세(하락)를 보이기도 했다.
○한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한은의 공식 발표가 25일로 다가온 가운데 성장률이 최소 0.8%, 경우에 따라 0.9%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8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이긴 하지만 기업으로 치면 기대하지 않았던 ‘어닝 서프라이즈’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다. 지난해 GDP는 1분기 0.8%를 고점으로 2분기 0.3%, 3분기 0%까지 떨어진 후 4분기에 0.3%로 반등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0.8~0.9%를 기록할 경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약하나마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여당-정부-청와대의 잇단 금리 인하 압박을 견뎌낸 한은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분기 GDP가 예상치를 웃돈 건 3월 수치가 개선된 데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부 소비, 건설 투자 등이 당초 기대치보다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 소비 추산의 근거가 되는 예산집행률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보건서비스 자료 등도 예상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도 6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GDP 증가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식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한은은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힘을 받을 경우 3분기와 4분기에는 1%대 성장도 가능해 올해 전체 성장률이 3%대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경기 여전히 안 좋다”
이 같은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정부의 시각은 복잡미묘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끌어내린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 진단 자체가 무리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록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0.8% 이상 나온다 하더라도 경기가 추세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최근 3년 연속 경기 흐름이 정부 예측과는 반대로 ‘상고하저’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한은이 경기 상황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도 0.8% 성장률을 기록했다가 3분기에 0%로 추락했다”며 “1분기 성장률을 근거로 연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 경우 자칫 국회의 추경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5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가면서까지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1%대 중반에 머물 것인 만큼 여전히 3%대의 잠재성장률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정부 안대로 추경 편성이 이뤄지더라도 하반기에 분기 성장률이 1%대로 올라간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며 “가능한 정책을 모두 동원해 이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 간 이 같은 시각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매월 한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기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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