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B, 차기회장 선임에 뒤숭숭…실적 악화
신한·하나, 해외진출·M&A 등 시너지 창출 속도
우리금융지주 및 KB금융지주는 요즘 울상이다. 차기 회장 선임에 온통 관심이 쏠리면서 업무공백과 영업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뒤에서 웃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금융과 KB지주 경영진이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국내 영업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 등 중·장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KB “2분기 실적 더 걱정”
우리금융과 KB지주가 각각 이팔성 회장의 사퇴 표명과 어윤대 회장의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임원들의 눈치 보기도 심해지고 있다.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중·장기 사업 관련 의사결정은 뒤로 미뤄진 지 오래다. 최근 들어선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주요 자회사 임원들까지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선 우리금융과 KB지주의 업무공백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KB지주의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을 합친 지난 1분기 영업수익은 각각 3조7361억원, 3조408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와 5.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영업수익이 작년 동기보다 늘어난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신한지주 및 하나금융과 대조적이다.
KB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08%였던 순이자마진(NIM)이 올 1분기엔 2% 이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엔 부실채권 비율이 작년 말(1.67%)보다 올 1분기 들어 더 높아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문제는 2분기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과 KB지주의 2분기 실적 둔화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의 업무공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하나 “느긋하게 공격 영업”
우리금융과 KB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된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느긋한 분위기다. 은행과 카드사 등을 앞세워 ‘조용하게’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M&A 전략 등도 다시 가다듬고 있다.
신한지주는 글로벌 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미얀마 양곤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동남아에 추가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하나SK카드 등 다른 자회사와의 시너지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의 1분기 영업수익은 각각 3조6078억원과 2조87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와 8.5%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창민/박신영/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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