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펀드 조성해 물밑 지원
매년 10월 '테크 페스티벌'…기술지원단 보내 R&D 도움
채용박람회 열어 인력난 해소
매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는 ‘연구·개발(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열린다. 경쟁 차종 비교 전시회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들이 1년 동안 준비한 신기술을 뽐내는 자리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를 단순히 부품을 조달하는 곳이 아닌 기술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해 이 행사를 열고 있다.
작년 ‘테크 페스티벌’에는 1·2차 협력사 28곳이 참여해 세계 최초 신기술 23건, 국내 최초 신기술 42건을 선보였다. 뛰어난 기술을 선보인 협력사들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테크 페스티벌’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방향을 잘 보여준다. 협력사를 하도급 관계에 있는 ‘을(乙)’로서가 아니라 성장의 파트너로 대우해주는 게 현대차의 핵심 경영 전략이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대기업이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도 일맥 상통한다.
○협력사, 을(乙)이 아닌 파트너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에선 두 가지 행사가 열린다. 협력사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홍보하는 ‘R&D 협력사 테크데이’와 주요 경쟁차를 비교·분석하는 전시회인 ‘R&D 모터쇼’가 그것이다.
2006년부터 열고 있는 ‘R&D 협력사 테크데이’는 파워트레인(엔진 및 구동장치), 차체, 전장 등 부품·소재와 관련한 신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자금력이 달리는 협력사 입장에선 현대·기아차에 신기술을 알리고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른 협력사의 기술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場)이기도 하다. 현대차로서도 협력사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열고 있는 ‘R&D 모터쇼’는 현대·기아차와 국내외 경쟁 차량을 협력사와 함께 비교 분석하는 행사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 차종과의 비교를 통해 협력사들이 부족한 점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더 있다. 2010년에 발족한 ‘협력사 R&D 기술지원단’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섀시, 의장, 차체, 전자, 파워트레인 등의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베테랑 엔지니어 300명으로 지원단을 꾸렸다. 이 지원단을 협력사에 보내 설계·해석·시험 등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협력사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시험이나 평가를 도와준다.
현대·기아차는 남양연구소 등에서 협력사 R&D 인력들과 신차 개발 업무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게스트 엔지니어 제도’도 운영 중이다. 설계 단계부터 협력사들을 참여시켜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부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협력사 인력 채용도 직접 챙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R&D 경쟁력뿐 아니라 우수인재 채용도 돕고 있다. 협력사들이 우수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작년부터 협력사를 위한 공동 채용박람회를 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서울·광주·대구에서 개최한 올해 채용 박람회에는 모두 430개의 1·2·3차 협력사가 참여했다.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만 2만명을 넘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2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매년 1차 협력사에만 제공하던 동반성장펀드와 상생금형설비펀드를 올해부터 2차 협력사에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1·2차 협력사 간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1차 협력사 300곳과 2차 협력사 5000여곳이 동반성장 협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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