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인 생생토크 - 박상백 <두림로보틱스 사장>
처음엔 가전제품용 도장…中시장 뚫은 후 승승장구
시장개척 10여년 만에 매출 1000억 돌파 눈앞
수천번 테스트한 뒤 납품…'亞 최고 도장설비기업' 꿈
2003년 봄 한국에서 온 기업인과 직원 3명이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에 도착했다. 박상백 두림로보틱스 사장(당시 41세)과 직원들은 도장로봇시스템을 소개하기 위해 ‘창청(Great Wall)’이라는 현지 자동차업체에 들어섰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설명했으나 중국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도대체 당신 제품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며칠 동안 현지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가져 온 로봇시스템 작업 동영상을 보여주며 끈질기게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독일과 일본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싸고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사장의 열정에 감동한 창청의 경영진은 마침내 300만달러짜리 주문서에 서명했다. 이로부터 6개월 이상 두림로보틱스 직원은 이 공장에 살면서 시스템을 설치하고 시운전했다. 이게 자동차용 도장로봇시스템의 첫 판매이자 해외 수출건이었다. 국내보다 외국에서 먼저 판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두림로보틱스는 미국 브라질 중국 태국 등 전 세계 1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매출 912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국내에서 발주되는 자동차용 도장로봇시스템의 약 70%를 수주했다”며 “독일 일본의 거인들과 경쟁해 따낸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경기 화성시청 부근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두림로보틱스가 있다. 1만5500㎡(약 4700평) 규모다. 이 회사는 새로운 설비와 연구·개발에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직원 22명을 더 뽑는 중이다.
100명 남짓한 현재의 인원으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불황에 중소기업이 설비투자나 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투자에 나서는 것은 국내외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박 사장은 “우리 매출은 2010년 471억원에서 2년 만에 912억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도 같은 기간 2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전남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도장로봇시스템을 수입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입사해 경험을 쌓았다. 4년가량 영업 분야에서 일한 뒤 32세가 되던 1993년 경기 안산에서 창업했다. 66㎡(20평) 규모 사무실에 직원은 불과 5명. 처음에는 가전제품용 도장 자동화설비 유통을 했다. 냉장고 등을 도장하는 시스템이다. 1999년 화성에 공장을 마련한 뒤 일부 제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도약의 계기를 잡은 것은 2000년 자동차용 도장시스템을 만들면서부터다. 하지만 3년 동안 이 제품의 매출은 거의 없었다. 가전제품용으로 연명한 뒤 2003년부터 해외시장부터 뚫기 시작했다. 첫 상대가 바로 중국 창청이다. 해외에서 실적을 쌓은 뒤 국내 시장은 2005년부터 개척했다.
자동차 도장공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도료를 넣은 통에 차체를 통째로 담갔다 꺼내는 전착도장과 로봇을 이용해 도료를 뿌리는 스프레이 도장이다. 이 중 두림로보틱스는 스프레이식 도장로봇시스템을 만든다. 초벌·중간·마무리로 이어지는 이 도장은 자동차의 외관을 결정한다. 녹 방지와 금속 보호는 기본이다. 사람도 인상이 중요하듯 자동차도 외관이 중요하다.
메커트로닉스 제품의 결집체인 자동차가 요즘 감성제품으로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과거에는 자동차 성능이 중요했으나 요즘은 성능 못지않게 외관을 보고 소비자가 선택한다”며 “외관을 결정하는 게 디자인과 도장품질”이라고 말했다. 도장된 부분이 매끄럽고 균일해야 원하는 광택이 나온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교육과 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사장은 “로봇시스템은 기계·전기·전자·소프트웨어·로봇공학·화학 등이 결집된 기술의 총체”라며 “대졸이나 전문대 출신의 인력을 확보해 사내교육·인터넷교육 등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8명의 인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인하대 부경대 등과 산학협력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기술을 하나씩 개발하고 관련 장비에 대해 수천 번 테스트한 뒤 자동차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거래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 및 도료업체에도 납품한다. 도료업체는 자사의 도료 품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 회사의 제품을 사다 쓰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과 미국 앨라배마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주력제품인 자동차용 도장로봇시스템 이외에 실링로봇시스템과 가전제품도장로봇시스템도 생산한다.
박 사장의 비전은 ‘아시아 최고의 산업용 도장로봇시스템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인재를 더 확보하고 사내교육을 강화, 개개인을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키울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도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업준비생이나 도장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도장교육의 메카’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대촐 초임 3000만원…카페테리아·천연잔디…복리후생도 '수준급'
박상백 두림로보틱스 사장이 1999년 경기 안산에서 화성으로 본사를 이전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인력 확보 문제였다. 화성은 서울까지의 대중교통이 불편해 우수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아시아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박 사장에게 우수인재 확보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회사의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직원들에게 대우를 잘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대졸 초임 연봉은 약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졸 초임(연봉 평균 2000만~24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을 위해 공장 앞에 천연 잔디를 깔았고 그 옆에 카페테리아를 만들었다. 전망이 사방으로 탁 트여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공장 안과 사무실도 깨끗하다. 이 모든 것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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