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를 찾았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박 대통령과 세종시의 관계를 감안하면 남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는 일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2009~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끝까지 반대했고, 결국 원안을 관철시켰다. ‘원칙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에서 국토부와 환경부의 첫 업무보고를 받게 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재개발과 같은 전면 철거 위주의 도시 정비로는 원주민의 재정착도 어렵고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커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소규모 구역별로 주택 개량이라든가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주민들은 현재 공동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정책 패러다임을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토부와 환경부의 갈등을 거론하며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의 가치관이 더 이상 대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개발 사업이나 환경보전 사업의 경우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막대한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에는 돼지고기 시식 행사장을 방문했다. 돼지고기 소비 붐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장에서 박 대통령은 돼지고기 수육을 시식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 충남 홍성군에서 열린 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이날 방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두 차례에 걸쳐 참석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러 연단에 오르자 안 지사는 “지난 2월 취임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큰 박수를 달라”며 박 대통령을 세 번이나 연호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충남을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핵심 지역이자 물류의 중심으로 육성해가겠다”고 말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대통령의 세종시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민생과 관련된 본격적인 광폭행보를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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