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경총 '법정관리인 양성과정' 인기…70명 모집에 330명 몰려
수강생 대부분 50대…퇴임후 대비도
불황에 법정관리 기업 늘어난 것도 원인
“스펙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떨어졌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는데 너무한 것 아닌가요?”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수본부 직원들은 2일 이런 항의성 전화를 받느라 하루 종일 곤혹을 치렀다. 올 상반기(28기) 법정관리인·회생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 합격자를 문자 메시지로 통보한 뒤다. 황인철 경총 연수본부장(이사)은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330명의 지원자가 몰려 선발 인원을 당초 계획했던 70명에서 90명으로 늘리고 강의실도 확장했지만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불황으로 기업과 금융회사 임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이 힘들어진 데다 구조조정이 늘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인 양성과정 인기
경총의 법정관리인 양성 과정에는 지원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총은 매년 상·하반기 70명씩 연간 140명을 선발하고 있다. 연도별 지원자 수는 △2010년 상반기 130명·하반기 150명 △2011년 상반기 180명·하반기 240명 △2012년 상반기 250명·하반기 230명이다. 반기 기준으로 지원자가 300명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에 탈락한 A씨는 지원서에 ‘세 번째 도전인데 또 떨어지면 다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협박성(?)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동안 27기에 걸쳐 경총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모두 1546명. 이 중 30.4%인 470명이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 및 감사, 구조조정담당 최고책임자(CRO) 등으로 선임됐다. 3명 중 1명가량이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도 지원자가 쇄도했다. 최진규 생산성본부 경영역량혁신센터 위원은 “3월과 5월에 각각 시작하는 상반기 교육과정(모집인원 총 128명)에 725명이 신청해 5.7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며 “재수나 삼수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마치면 법정관리인으로 추천
경총은 교육을 수료한 사람과 성적을 각 지방법원에 통보하고 법정관리인 후보로 추천한다. 법원은 성적과 전문분야 등을 감안해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등으로 선임한다. 출석(30%) 및 종합평가성적(70%)을 통해 70점 이상(100점 만점) 받아야 수료할 수 있다. 3회 결석하면 경고를 받고, 5회 이상 빠지면 재수강해야 한다. 수강료는 190만원가량이다.
생산성본부도 법원에 수료자와 성적 우수자를 통보한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법원은 법정관리인으로 경영능력이 검증된 고위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생산성본부의 수강료는 235만원이다. 한국M&A협회에서도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총이나 생산성본부만큼 법정관리인 선임 비율이 높지는 않다.
○누가, 어떤 교육받나
경총에 따르면 수강생들 중 60~70%가량이 전·현직 기업체 임원이다. 나머지는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직원과 금융회사 임직원들이다. 생산성본부의 수강생은 금융권이 60%, 기업체 출신이 40%가량이다. 연령별로 두 곳 모두 50대가 가장 많다. 현직 임원들은 법정관리인을 맡기 힘들지만, 퇴임 후를 대비해 교육을 받는 사례도 많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고위임원, 저축은행장 등도 포함돼 있다.
경총의 상반기 교육은 오는 10일부터 6월12일까지 진행된다. 교육 과목은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해설 △법정관리기업 경영전략 △법정관리기업 갱생전략 △기업 위기위험관리 대책 등이다. 강사는 현직 판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전·현직 법정관리인, 대학 교수, 은행 구조조정 담당자 등이다.
생산성본부의 강사진은 전·현직 법정관리인 등 실무형으로 구성돼 있다. 10주 동안 주 2회 야간 수업이 진행된다. 생산성본부의 최 위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은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법정관리인의 보수도 높지 않다”며 “하지만 제조업체나 금융회사 고위임원을 지낸 사람들은 퇴직 후 자신의 경영노하우와 경험 등을 살려 어려운 기업을 회생시키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법정관리인 교육을 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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