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경찰서에 같은 날 두 사람이 잡혀왔다. 한 명은 PC방 업주로 불법 환전혐의로 수감됐다.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에게 사이버 머니를 현찰로 바꿔주다 잡혀왔다. 다른 한 사람은 소매치기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사람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다가 수갑을 찼다. 취객으로 위장한 채 잠복한 경찰에 걸린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경찰의 함정수사로 입건됐다는 것. 하지만 PC방 주인은 무죄, 소매치기는 유죄로 판결났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답은 그들의 행위가 아니라 수사의 적법성 문제에 있다. 함정수사는 ‘기회 제공형’과 ‘범의(犯意) 유도형’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합법, 후자는 불법이다.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이미 있는 사람에게 범행을 실행할 기회를 주는 것이 기회 제공형이다. 구속된 소매치기는 이 방면에서는 알려진 절도범이었다. 게다가 그의 호주머니에서 핸드백이나 옷의 주머니를 쨀 면도칼이 나왔다. 본래 범행을 저지를 계획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반면 PC방 주인은 소매치기와 달리 처음엔 불법행위를 할 의사가 없었다. 그는 몇 번이나 환전은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수수료를 더 주겠다는 손님(경찰)의 유혹에 넘어가 돈을 건넸다. 경찰의 꼬드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범의 유도형’ 함정수사이고 불법의 영역에 속한다.
함정수사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이처럼 범죄인이 범행 의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경찰이 마약상을 가장해 마약판매자 혹은 매수자에게 접근, 검거하는 경우는 상시 범죄자에 대한 수사여서 불법이 아니다. 투캅스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경에게 붉은색 원피스를 입혀 밤거리를 돌아다니게 한 뒤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 역시 정당한 수사이다. 그러나 만일 휴대폰 습득 신고를 하러가는 사람에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전화기를 팔게 한 뒤 검거한다면 불법수사다. 이때 휴대폰을 판 사람은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함정수사는 공권력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유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이나 일본이 함정수사의 범위를 마약이나 테러수사 등으로 국한하는 이유다. 여성가족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매매 사범 단속에 함정수사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위장한 경찰이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수범을 유인, 검거한다는 것이다. 만일 경찰이 실적주의에 빠지면 범죄자가 ‘불법적으로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경찰서에 잡혀 온 아저씨들이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유혹했다’고 변명하는 볼썽사나운 장면깨나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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