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화 상담원 연결 시, 1시간은 기본, 2시간도 다반사다
'현자의 집' 미국 교회에서 8가지 미국 플레이어의 원형을 보다</p> <p>
캘리포니아의 아침 햇살은 유난히 눈이 부셨다. 숲 속 기운과 어우러진 햇살에 눈을 뜬 오렌지카운티의 첫날을 우리 가족이 어찌 잊을까?</p> <p>온라인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헐벗은(?) 채 게임로비에 등장된다. 미국에서의 첫 아침. 그와 별반 다를 게 없이 쌀쌀한 한기에 눈을 떴다. 우리 가족은 아무런 살림살이도 없는 미국의 첫 집에서, 침대도 이불도 없이 캠핑용 침낭에서 밤을 보냈다.</p> <p>한국의 짐들은 배를 타고 건너와 LA근교 롱비치(Long Beach) 항에서 통관 수속 중이었다. 헐벗은 플레이어 캐릭터 상태로 거의 1주일 가량을 아무 가구도 없는 집에서 보냈다.</p> <p>< 난마처럼 얽힌 미국 실타래,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 ></p> <p>어디서부터 미국 실타래를 풀어가야 하나 ?
미국 여행자에서 플레이어(생활자)로 거듭나기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p> <p>미국 정착 다음날. 눈을 뜨면서부터 집전화 신청, 도시가스, 전기, 인터넷 등의 생활에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퀘스트들을 풀어나갔다. 처음에는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한국의 친절한 서비스 상담원의 낭랑한 목소리를 기대한다면 꿈 깨시라. 상담원과 통화할 때까지 1시간은 기본, 2시간도 다반사다.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화병이 날 정도다. 이제는 어지간한 것쯤은 체념을 하거나 맞춰가면서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p> <p>그뿐이랴, 텅 빈 집에 채울 살림살이를 이것저것 사 나르기 바빴다. 수납장이며, 간단한 가재도구 장만을 위해 아이케아(IKEA), 타겟(Target) 그리고 홈디포(Home Depot)를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다. 밤이면 손이 부르트도록 조립하고 또 조립했다. 처음엔 간단한 수납장 하나 만드는데만 반나절이나 걸렸지만, 이제는 제법 조립(DIY, Do It Yourself)가구 만지는 데에는 노하우가 생겨서 빠르고 실수없이 조립이 가능하다.
현지 미국'플레이어'의 도움이 절실했건만……
미국에서 사는 게 뭐 별거냐면서 큰 소리를 뻥뻥 쳤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무 연고 없는 미국의 정착 과정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이었다. 제일 간절한 것은, 주변에 미국 생활 경험이 많은 잘 아는 '미국 현지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예전부터 친한 미국 플레이어들은 타 주에 있거나, 아니면 LA 북쪽 근처에 있는 한두 명뿐.
그러다 보니, 정작 꼭 필요한 어려운 일에는 도움을 청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함께 통화할 누군가가 미국에 존재한다는 것 정도일 뿐.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각 주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시스템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꼭 맞는 정보와 도움을 받는 것은 바로 주변의 플레이어들밖에 없다.</p> <p>미국유학-이민 오면 꼭 교회에 가야만 한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는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많이 산다. 하지만 사람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정말 교회나 가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들 미국에 오면 무조건 교회를 가라고 한다. 카톨릭 신자건 불교 신자건 정착을 위해서, 필요에 의해서, 현지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교회. 그곳은 필수불가결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임 속의 '현자의 집' 쯤 된다고 할까? 우리도 미국 정착 초기에는 이러 저러한 교회를 많이 기웃거렸다.
교회를 고르는 판단 기준도 가지가지다.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되고 중간 사이즈이면서, 서로 친교가 가능한 그런 소통을 위한 교회를 찾아야 한단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기에서도 불거지기 마련이다. 플레이어들이 많이 모이면, 그에 따른 시시콜콜한 일들도 많이 생기고, 편가르기도 그렇고, 많이 바라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상처 주고….
'미국에 먼저 정착한 한국 이민자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충고를 명심보감으로 삼아, 한국계 플레이어들을 물리적으로 멀리했기에, 정서적 거리감도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는 교회엔 거의 가질 않고 있다.</p> <p>2. 미국 연착륙을 위한 '플레이어'들의 유형 분석 !
게임 속에서 주변 플레이어들에 따라 그 게임을 매일마다 매 순간마다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플레이어들)과의 관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생활에 있어 '플레이어'들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p> <p>만약 우리가 이 플레이어들의 유형을 미리 잘 파악하고 이해했더라면, 미국 초기 정착이 훨씬 수월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든지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 우리는 가급적이면 미국 현지의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덜 의존하고, 덜 상처받는 방식으로 미련스럽게 꿋꿋이 플레이 해나갔다.</p> <p>미국 정착 초기에 더디긴 했지만 차근차근, 이미 생존하고 있는 다양한 미국 플레이어들로부터 그들의 이야기와 정보를 입수해 나가기 시작했다. 더러는 그 노하우를 획득하기 위해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특히,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처음 이주해 온 사람들은 봉이 된다'라든가, 따라서 '만나는 플레이어 하나하나를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모두 털리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기에, 숨죽이고 조금씩 플레이해나갔다.</p> <p>미국 초기 정착 과정에서 현지의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작게는 수 천불에서 크게는 수 억원까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승용차 구매나 주택 구매시에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합법적인 신분유지를 위한 사업체 설립 혹은 매매과정에서 한국서 가지고 온 돈 모두를 날리게 되기도 한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그렇게 많이 당(?)하지는 않고 살고 있지만, 사태가 심각한 집도 꽤 되는 듯했다.</p> <p>그렇기에 미국에 어떤 플레이어들이 공존하고 있는지 대한 좀 더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 필자가 미국 정착 초기 플레이어이자 게임학자의 관점으로 본 미국 이민자들의 플레이 유형에 대해 분석해 보겠다.</p> <p>이는 미국 이민을 고민하거나 미국에서 직접 살아가는 플레이어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참고로, 본 플레이어 유형은 MUD(Multi User Dungeon)게임의 효시격인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의 플레이어 유형을 틀을 대입해 보았다.</p> <p>즉, 미국을 하나의 '게임대륙'이라고 상정했으니, 미국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가 플레이어가 되는 격이다. 따라서 미국 플레이어들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은 미국대륙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p> <p>미국 플레이어 8유형
미국 플레이어 유형분류에 있어서는 '바틀'의 '4가지 플레이어 유형'보다는 '8가지 유형'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4가지 플레이어 유형은 '성취형(Achiever)', '탐험형(Explorer)', '사회형(Socializer)', '킬러형(Killer)'인데, 미국에 살고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이 유형들만을 적용하기엔 좀 한계가 있으므로, 각각의 4가지 유형을 이분화 [ 암시적(implicit)과 명시적(explicit) ] 화 한 8가지 플레이어 유형이 제격이다.</p> <p>그간의 미국생활 5년의 경험과 게임디자인 연구에 비춰 볼 때, 이 '8유형의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세계 탐험시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온라인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공동체(커뮤니티,인터넷카페) 혹은 국가, 도시, 마을에도 대부분 적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하나의 도전과 모험이 가득한 '생존게임'이기에, 여타의 다른 공동체보다 훨씬 더 맞아떨어진다.</p> <p>즉, 기회주의형(opportunist), 설계형(planner), 해커형(Hackers), 학자형(Scientists), 동반형(Friends), 인맥형(Networkers), 비탄형(Griefers), 정치형(Politicians) 이 그것이다.</p> <p>
● 정치형(Politicians) : 온라인 게임의 영웅 플레이어 캐릭터를 떠올리면 된다. 주변 플레이어들을 잘 활용하고, 공동체 사회(게임월드)에 공헌하여 명성을 얻으려는 유형이다.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발벗고 도와주는 플레이어다. 물론 권력을 잡으면 변하여, 다른 플레이어들을 직접 조종하고 군림하려는 속성도 있게 마련이다.</p> <p>필자가 한국에 살 때는, '내가 무슨 형의 플레이어일까?'에 대하여 그리 절실하게 생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시계추처럼, 살았을 뿐.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살았다가는 굶어주기 십상이다. 내가 뭔가를 직접 할 줄 모른다면, 누군가를 고용(Hire)해야 한다. 그의 시간을 사야 한다. 한국은 월급개념이지만, 미국은 시급 개념이 훨씬 강하다. 그만큼 업무분장도 확실해야 하고, 시간에 따른 보상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에 미국 정착 전에 플레이어 유형을 잘 결정할 것을 권한다.</p> <p>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서 다시 미국에 나오게 된다면, 꼭 한 가지를 최우선 과제가 있다. 과연 미국에서 '어떤 플레이어'유형으로 살아갈 것인가 말이다. 그것이 어디에 집을 얻고, 무슨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여 얼마나 성공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새로운 세계에 정착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게 되었고, 인생의 새로운 교훈을 얻어가고 있다.</p> <p>한국에서 그냥 스쳐지나 가는 것들이 미국에선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다(그게 꼭 좋다는 뜻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신입사원부터, 제법 규모가 있는 조직의 장을 거쳐, 창업도 해보았기에 미국 정착 초기에 기세가 등등했던 것도 사실이다.</p> <p>허나 미국에선 다르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기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다. 한국의 풍부하고 화려한 경험은 미국에서는 종이호랑이가 되기 일쑤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주식회사'의 신입사원부터, 미국게임의 헐벗은 상태의 아바타로부터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p> <p>지금도 '과연 어떤 플레이어로 변신을 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p> <p>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p> <p>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 </p> <p>'현재, 필자는 미국에 5년째 거주하면서, 특별히 크게 성공하거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40대의 가장입니다. 본 연재는 사실에 기반을 둔 자전적 에세이이며, 미국을 옹호하거나 동경을 주기 위해 씌어진 글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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